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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길 12코스

12코스는 전형적인 제주 산간 마을인 무릉리 들길을 걷다가 신도리 포구를 거쳐 바닷가 길을 따라 용수 포구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특히 무릉리 들길은 제주가 섬인가 싶을 정도로 평평한 들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가끔 만나는 주민들도 비교적 친절했다. 들길을 걸을 때는 변변한 카페 하나 만나기 힘드니 가능한 출발할 때 음료와 캔커피 정도의 간식은 챙키는 게 좋겠다. 이름도 아름다운 무릉리를 뒤로 하고 다시 광할한 밭길이 펼쳐진다. 걸어도 걸어도 끝없이 들길은 계속된다. 가도 가도 들길이다. 그러나 지루할 틈은 없다. 간새가 올레객을 맞이하는 이런 풍경 또한 걸어야만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걷는 동안 마음을 씻겨준 밭길이 드디어 끝났다. 신도리에 도착했다. 신도리는 비교적 큰 마을이다. 폐교된 초등학교에 들어..

일곱 步 2019.05.18

일어나지 않는 일 - 정영효

일어나지 않는 일 - 정영효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려고 기분과 눈빛을 함께 이야기하려고 그런 상황을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태어났으면 좋을 사람과 사귀면 건강해지고 가지 못하는 나라의 소식을 듣는 게 오히려 경험적이다 오 분을 먼저 걱정할 때마다 오 분간만 해야 하는 생각 우연히 마주쳤는데 마주치지 않더라도 생기는 일 그런 상황이 나타나는 곳에서 멈춰야 할 순간이 생긴다 하나쯤 붙잡고 싶은 의지라는 것 졸음이 묶인 개의 꼬리를 풀어주고 정오에 들리는 종소리가 누군가를 신실하게 만들듯 가까이할수록 멀리서 진실이 다가오는 가까운 미래를 바라보며 떨어진 과거를 찾는 그런 일이 일어나기란 쉽지 않다 유일한 장면을 목격한 것처럼 다만 당장을 불러보면서 이제부터 끝으로 밀려나는 세계를 믿고 문을 잠근 채 누워 있는..

한줄 詩 2019.05.10

쇳밥 - 김종필 시집

가능하면 잘 알려지지 않은 숨어 있는 시인을 찾아 읽으려고 한다. 천성이 아웃사이더 기질이라 남이 하는 것 따라 하기 싫고 누구나 읽는 책 별로 읽고 싶지가 않다. 유행에 뒤떨어진 구닥다리 소리를 듣더라도 이 천성은 못 고친다. 한티재에서 좋은 시집을 많이 낸다. 거의 알려지지 않고 지방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말하면 지방 홀대하는 것이냐 할지 모르겠으나 시인도 서울에 있는 유명출판사에서 시집 내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경우가 많다. 어떤 철없는 시인은 시집 전문출판사인 모모사에서 시집 안 낸 사람은 시인 명함 내밀지 말라고 했다던데 시인도 사람일진데 왜 나쁜 시인이 없겠는가. 시 쓴다고 모두 선한 눈매를 가졌을 리 만무하고 심성이 불량하고 질이 나쁜 시인도 있을 것이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네줄 冊 2019.05.09

당신의 봄은 안녕하신가요 - 김애리샤

당신의 봄은 안녕하신가요 - 김애리샤 사월 어느 담벼락에서 목련꽃잎이 누추하게 툭 하고 떨어지는 걸 보았다 한때 새하얗게 빛났다던 당신 아무데서나 자동으로 고꾸라지는 누런 두 무릎이 목련 꽃이 피는 건 결국 꽃잎을 떨어뜨리기 위해서일 텐데 당신이 기르던 나무엔 떨굴 꽃잎 하나 피어나지 않고 곁가지만 무성했다 가지치기가 필요했을 시간 지나간 여러 개의 봄날들은 리셋되길 바랐을지도 모를 일 아지랑이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봄날 벚꽃 개화 시기 지도 찍어 마음에 붙이면 발가락에 뿌리가 내리고 손가락에 잎이 돋아나고 적당한 시기 되어 두 눈에선 연분홍빛 벚꽃이 피어날까 당신이 살아가는 일에 보름달처럼 은빛 가득 차 일렁이는 환한 이유 하나 만들어 주고 싶었다 우연과 필연으로 얽혀드는 봄날들 사이엔 은빛으로 반짝이는..

한줄 詩 2019.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