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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종, 어긋남의 존재론 - 이진경

이 책을 읽고서 김시종이란 시인을 다시 보게 되었지만 저자인 이진경 선생도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일전에 그의 책을 읽기는 했어도 큰 관심은 없었다. 저술 활동에 열심이고 늘 공부하는 사람이라는 정도였다. 철학자이자 사회학자, 그리고 교수, 거기다 꽤 많은 책을 냈다. 매년 두어 권을 낼 정도로 왕성하다. 그의 책을 다 읽어보진 않았으나 호기심 가는 책이 여러 권이다. 책 읽기에 게으른 사람이라 어쩌면 다른 책은 입맛만 다시다 지나갈 지도 모르겠다. 어쩌다 사회학자에게 시인이 눈에 띄었을까. 일본어를 전공한 것도 아니고 문학 평론을 하는 사람도 아니다. 내가 이진경 선생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예전에 김시종 시집을 읽고 나서다. 시집 의 번역자가 이진경이다. 김시종 선생의 시도 좋았지만 어떻게 이..

네줄 冊 2020.03.12

쓸쓸한 나라의 씁쓸한 - 김형로

쓸쓸한 나라의 씁쓸한 - 김형로 혼자 먹는 밥은 동굴만큼 어둑해서 밥 한술에 국물 한술 내 몸의 기나긴 울력은 갈상갈상하다 동탯국은 맛있었던가 자작한 국물, 마저 마시려 기울이다 미끈, 내 입에 부딪힌 또 다른 입 하나 순간 본, 우멍한 구멍 얼었다가 끓었다가 육신은 이산(離散) 하고, 아직 볼 것이 남아 있다는 눈인가 닫지 못한 입과 쓸 만한 이를 번득이며 다가온, 검고 긴 한 생의 입구 그 입들, 먹고 산 구멍들, 그 어둑한 허기들, 너너 나나 한줄기 컴컴한 생이라는 쓸쓸한 나라의 씁쓸한, *시집, 미륵을 묻다, 도서출판 신생 부전동에 가시거든 - 김형로 조심하세요 그곳에는 산전수전 고수들이 많습니다 짜장이나 짬뽕 한 그릇 시켜놓고 소주 한 병은 뚝딱!이지요 밥과 안주의 경계를 허무는 형님들 아랫턱 ..

한줄 詩 2020.03.09

흐린 하늘이 더부룩하여 - 김이하

흐린 하늘이 더부룩하여 - 김이하 흐린 하늘이 더부룩하여 느지막이 점심을 먹는다 포장된 김 하나 뜯어 옆에 놓고 입 속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릴 삼키며 가만 마음이 젖어드는 점심을 물 한 모금에 쓸쓸함 한 점 얹을 때 봄기운이나 쐬자고 열어놓은 창 밖에서 마늘 싹 같은 소리 올라온다 오랜만에 새소리보다 높은 아이들 소리를 옥타브 꼭대기서 듣는다 천국의 소리, 나는 들었던가 더부룩한 속이 쑥 꺼지는 그때 *시집/ 그냥, 그래/ 글상걸상 홍제천 1 - 김이하 -행촌동을 떠나며 한 뼘 햇살로 십 년을 살고 아스팔트 검은 먼지 닦으며 삼천 날을 새고 행촌동 반지하 방을 떠나 까치집 짓듯이 덜렁 삼층에 올라앉아 세상 보니 더없이 빛나는 하루였다 시장길을 따라 내려가 순대국도 먹어 보고 막거리 한 사발에 취해도 보고 ..

한줄 詩 2020.03.09

작별 일기 - 최현숙

구술생애사 최현숙의 책이다. 아니 작가라고 해도 되겠다. 구술생애사라는 직업을 세상에 알린 사람이기도 하다. 남의 얘기를 들어주고 그것을 책이나 다른 방식으로 세상에 알리는 직업이다. 그의 바탕은 어떤 차별도 없는 세상이다. 이 책은 최현숙 작가의 어머니 이야기다. 여든 여섯의 어머니가 치매를 앓다 세상을 떠나는 과정을 기록한 일기를 바탕으로 했다. 진작에 그의 책을 몇 권 흥미롭게 읽었기에 애초에 이 기록은 책으로 낼 작정으로 쓴 글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글도 흡인력 있게 아주 잘 쓴다. 밑줄을 긋고 싶은 문장이 여러 군데다. 거기다 솔직한 표현이 맘에 든다. 자기 엄마 얘기를 꾸미거나 과장이 없다. 되레 숨기고 싶은 집안 사정과 일찍부터 생긴 반항심으로 아버지와의 갈등 노출이 감동을 준다. 잘 ..

네줄 冊 2020.03.07

해조곡 - 주현미

해조곡 - 주현미 갈매기 바다 위에 울지 말아요 물항라 저고리에 눈물 젖는데 저 멀리 수평선에 흰 돛대 하나 오늘도 아~~ 가신 님은 아니 오시네 쌍고동 목이 메게 울지 말아요 굽도리 선창가에 안개 젖는데 저 멀리 가물가물 등대불 하나 오늘도 아~~ 동백꽃만 물에 떠가네 바람아 갈바람아 불지 말아요 얼룩진 낭자 마음 애만 타는데 저 멀리 사공님의 뱃노래 소리 오늘도 아~~ 우리 님은 아니 오려나 #이 노래를 이난영이 불렀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불후의 명곡 목포의 눈물에 가려진 곡이라 해야겠다. 봄날은 간다와 함께 해조곡도 가사가 참 서정적이다. 굽도리 선창가에 안개 젖는데 오늘도 동백꽃만 물에 떠간다는 가사는 싯구 뺨을 치고도 남는다. 이 노래 만큼은 이난영보다 주현미가 더 맛깔스럽게 부른다..

두줄 音 2020.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