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음식 경제사 - 권은중

마루안 2020. 3. 20. 22:09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인간에게 음식이 차지하는 비중이야 말해 뭐할까. 존재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음식 때문이다. 책을 읽다 보면 저절로 세계사 공부가 된다. 내가 오랜 외국 생활을 한 탓에 음식에 대한 생각이 각별해서 더욱 몰입감 있게 읽었다.

 

이런 책을 접할 때면 저자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이 책을 쓴 권은중은 누구일까. 날개에 자세하게 실린 약력에다 조금 더 보태면 한겨레신문 기자 출신이다. 50대에 접어 들어 기자 생활을 그만 두고 이탈리아 요리학교로 유학을 떠났다.

 

기자 출신이어서일까. 문장이 아주 단촐하면서 명료하다. 쌀, 밀, 옥수수, 보리, 인류의 생명을 유지해준 4대 곡식의 유래는 대충 알고 있었으나 이 책에서 더욱 확실해졌다. 지금이야 남아 도는 식량이지만 쌀이야 말로 얼마나 귀중한 곡식이었던가.

 

이 책에서는 곡물뿐 아니라 맥주, 설탕, 후추 등 음식과 뗄 수 없는 것들도 다루고 있다. 멸치젓이 로마제국의 젖줄이 되었다는 대목은 아주 흥미롭다. 영국의 가난한 식민지였던 미국이 초대국이 되는 과정도 음식 역사에서 찾는다.

 

소고기와 옥수수다. 옥수수를 대량 생산하면서 사료를 감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긴 요즘 농장에서 풀을 먹여 키우는 소가 몇이나 있을까. 시골 할아버지가 키우는 소 한 마리라면 혹 모를까 모든 소가 옥수수 사료를 먹는다. 

 

인간이 먹기 위한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가축이 먹는 곡물이 엄청나다. 저자가 마지막 대목에서 GMO를 언급하는 이유다. GMO 옥수수는 소만 먹는 것이 아니라 옥수수에서 추출한 첨가물은 인간이 먹는 각종 가공식품에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 

 

식품회사는 이익 극대화를 위해 GMO 유해 논쟁은 늘 뒷전이다. 음식으로 인해 수만 년을 유지해온 인류 역사는 앞으로도 변화를 할 것이다. 음식 경제사, 자급자족했던 과거와 달리 남의 손을 거쳐 내 입으로 들어오는 음식 역사가 더욱 소중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