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짓국을 끓이며 - 김옥종 내 지금 끓이는 선짓국처럼 너와의 사랑도 아미노산에 묻혀 거품처럼 뚝배기를 넘어설 수 있을까 슬픔은 그 어떤 슬픔을 더해도 흘러넘치지 않던데 말이다 오직 내 슬픔만이 넘치는 것 같던 날 시작은 머물던 별을 떠나 이 행성에 인간의 표피를 가지고 태어나면서부터 남들이 하는 첫울음을 나는 첫 웃음으로 시작했지 심지를 깊게 드리우고 살아가는 것이 숙명처럼 느껴질 때 누르고 눌러서 정제된 슬픔이 정류해낸 보드카로 늑대처럼 토굴에 누워 혈소판에 가두어 놓으면서부터 사랑을 머리에서 심장 쪽으로 옮겨 놓기 시작했다 그리움이 종유석처럼 뾰쪽해질 때 횡격막 근처에 머물러 있는 선혈을 찔러 깨우리라 봉분을 파헤치듯이 건드려 깨우리라 네게 이 끓는 피를 해장국으로 내어줄 수 있다면 내 슬픔의 시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