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우선 집부터, 파리의 사회주택 - 최민아

마루안 2021. 1. 21. 22:07

 

 

 

빈익빈 부익부, 슬럼화된 거리, 폭등하는 집값, 떠도는 전세 난민, 쫓겨나는 임차인들, 모든 문제의 원인은 집이다. 주거 불안정을 해소한다면 가정과 도시가 바뀌고 나아가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서부터 고민해야 하는가.

 

노동자와 서민의 주거 권리를 떠올리며, 지속 가능한 주택 정책을 만들어 왔는가. 서민을 위한 주택을 짓는 것은 도시의 공공성을 찾는 일이고, 한정된 자원의 땅에 공공성을 부여한다.

 

함께 사는 사회, 누구에게나 균등한 기회와 환경을 제공하는 도시를 만드는 것은 노동자를 위한 베르사유궁을 꿈꾸던 이상주의자만의 바람이 아닌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현실의 과제다.

 

새로 집을 사는 저 많은 사람은 중위값이 9억 원이 넘는 서울의 아파트를 살 재원을 어디서 마련하는 건지 궁금해졌다. 1년에 3천만 원씩 20년을 모아도 집값으로는 한참 부족하다. 대출을 받는다 해도 그 후에는 갚는 게 문제다.

 

은행에서 집값의 절반을 대출 받으면 은행 이자만 해도 한달에 150만 원은 넘게 나갈 텐데, 부모 찬스와 인연이 없는 사람들은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 갚기도 힘들 게 뻔하다. 허리띠를 졸라매도 원금은 갚지도 못하고 은행만 배불리기 쉽다.

 

결국 내가 지출한 금융 비용을 모두 더해 집값만 훌쩍 올려서 다른 사람에게 팔아야만 손해를 보지 않는다. 그게 끝이 아니다. 내가 올린 집값은 또 누군가가 올라간 만큼 지불해야 하고, 나는 또 그만큼 올라간 가격을 주고 집을 사야 한다.

 

결국 거처를 옮겨 다니는 사람은 대도시에 있는 집들 팔고 소도시로 이사하거나 귀촌을 하지 않는 이상 자기 집값이 올라가도 이익이 날 수 없는 구조가 아닌가. 집값이 오르는 것이 왜, 누구에게 좋은 것인지 모르겠다.

 

대도시 한복판에 누구나 살고 싶은 매력적인 공공임대주택이 지어져 소득 계층의 구분 없이 들어가 살기를 희망하고, 저소득층이 자기 집을 소유하는 꿈을 품고 열심히 살 수 있도록 수십 년에 걸쳐 저리의 대출을 해주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또는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기업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주택을 지어 노동자와 저소득층을 배려하고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드는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 이 책이 그런 일에 작은 실마리가 된다면 매우 보람찰 것이다. -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