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점을 치다 - 안채영 길모퉁이를 구부려 그 위에 앉아 구부러진 모퉁이로 날아가지도 못하는 새를 데리고 새점을 치는 사람이 있다 모퉁이 저쪽에서 점괘가 적힌 종이가 뽑혀지고 뾰족한 부리만 있는 날개가 없는 단촐한 점괘(占卦) 운세를 두고 나온 여행이었다 드나드는 문에서 모든 날개를 뽑아버렸다 부리에 갇혀 날아가지 못하는 괘(卦)에 콕콕 쪼이는 날이다 운세에 붙들린 사람들 몇이 모퉁이처럼 구경하는 새의 불안한 적중 운세를 다 퍼먹어도 흔들리는 봄 날개가 뽑혀져나간 파닥거리는 괘 하나가 아직도 뜨거운 이마를 짚고 있다 허술한 주둥이에서 쫓겨나온 목록이 펴진다 뒤적거리는 표정으로 안부는 온다 오후 근처의 점통(占桶)에서 밀린 운세를 들고 나가는 특이 사항 없는, 누군가 나의 운세를 모자처럼 쓰고 모퉁이를 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