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3890

쪽박 위에서 또 내일을 - 서규정

쪽박 위에서 또 내일을 - 서규정 떠도는 말 있지, 눈을 아예 감아버린 자들이 삶의 끝을 보고 또 창공을 보았다고 부리로는 안 돼, 붓으로 지우듯 창살을 헤치고 새장에서 곧 벗어나오라 더 큰 감옥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이 자유라는 책임은 결박이 된 지 이미 오래 절대자가 허락한 건, 만상을 그려도 좋다는 그것뿐인데 깃발부터 세우더니, 명예와 예의 미래까지 그리려다 국가라는 틀 속에 갇혀, 우리 모두는 새 됐다 금박 물린 새, 꽁지 빠진 새 그 처지에서도 눈멀고 귀가 먼 새가 아름다운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건 천년을 흐르고도 멈추지 않는 강 강물을 단숨에 날아 건너지 않고 다박다박 걷는 제 발소리겠지 그런데도 물결이 너무 빨라 앞이 막히면 물이 범람하고 배가 산으로 가 깨진 쪽박, 초승달로 뒤집혀 뜨고 말..

한줄 詩 2017.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