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 백성민 한발만 내딛으면 토끼가 산다는 저 먼 내일 앞에 서 있을까 절구 공에 빻아지는 것은 누구의 백골일까 어느 서리 깊은 날 신들의 조상을 위해 소복(素服)한 거리는 창백한 각혈을 한다 아무도 길들일 수 없는 오래된 길 앞서 걷는 사람과 돌아보는 사람 모두는 생의 반환점을 돌았을까 수없이 보낸 암호에 답신은 달빛에 묻어나는 흰 자국뿐, 누군가 두고 갈 그 흔한 흔적 하나 달려오다 멈춘 풍경 안에 걸려 있고 그림자를 지우는 나무 아래 순한 눈빛은 오랜 바람 속을 서성인다. *시집, 워킹 푸어, 고요아침 위킹 푸어* - 백성민 그가 눈을 뜬 것은 새벽이 채 잠에서 깨지도 않은 시간이다 그의 자리 한 뼘 너머 행여 곤한 잠 속에서 불러내고 싶지 않은 미지근한 온기가 어둠처럼 웅크리고 있고 숨을 참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