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매일 새롭게 오늘을 살자 - 주종환

마루안 2018. 8. 20. 19:59



매일 새롭게 오늘을 살자 - 주종환



그리고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은 겸손을 따르자


무한無限 앞에서
조금이라도 유有하기 위해서...,


그림자 없는 반투명 생명, 그 미묘한 신체를
우리는 무엇이라 부르랴?


보이지 않는 마음도 물질이라 쉽게 뒤섞인다
뒤섞여서 하나의 질퍽거리는 세상을 이룬다


영원은 '이 무無자 쓰는 내가 있다'라는 그림자의
태양 같은 것


날씨와 온도에 구애받지도 않는
태양 너머에 있는 것,
이 우주에서 가장 먼 별을 품고 있는 현재


이 세상이라는 무수한 그대와 나의 오해,
화밀을 빨아먹고 살찌는 꿀벌들이
모르는 꿀맛처럼


이 방, 이 집, 이 마을, 이 지역, 이 나라,
이 대륙, 이 지구 너머
자신을 내려다보는 차원의 하늘, 그 빛의 무한대,


600년 동안 극락처럼 머물 수 있는 저승
그 저승마저 '없다고' 말하는 빛처럼
대낮 같은 발걸음으로 매일 새롭게 오늘을 살자



*시집, 계곡의 발견, 지헤출판사








숫자 4에 대하여 - 주종환



4 = 무無

4 = 사死

4 = 사각형, 가장 안정적인 바다海

4 = 네 발 가진 짐승의 날렵함, 그 멋진 자태

4 = 전 인류를 먹여 살리는 식탁,
    전 인류가 공부하는 책상, 의자,
    전 인류가 들어가 사는 가옥
    전 생명이 살아가는 방향과 척도, 계절


4 = 아라비아 숫자 중에서 가장 궁극적이며
    아름다운 숫자


4 = 죽음, 소멸이라는 두려움 너머에 있는 바다


4 = 순풍에 돛 단 듯
    영원한 바다에 삼각돛으로 떠가는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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