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치도 좀 보고 살 걸 그랬다 - 이명선 마음이 마음 같지 않아 천천히 병을 얻었다 생각날 때 밥을 먹고 너와 함께 골목을 걸어 봐도 내 골목은 끝으로 갈수록 말수가 적어졌다 아무 날엔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사랑을 이어 불렀지만 엄마의 딸이라 말 못 하는 헛꿈만 꾸곤 했다 나를 앞질러 가는 세상에 적의가 있었던 건 아니다 어림없는 이야기를 어림잡아 보려는 사람처럼 한 발 뒤로 물러나 나 같은 사람을 쳐다보았다 아무 날은 아무렇지 않길 바라며 겪지 말아야 할 일을 일찍 겪은 사람과 겪을 일을 먼저 겪은 사람에게도 남은 미래가 있어 나를 보면 조바심이 난다는 엄마의 말을 수긍하기로 했다 이 골목에 비가 그치면 반짝 낮더위가 시작되겠지만 늘 그렇게 무엇엔가 홀려 왔던 것처럼 나를 넘겨짚다가 골목의 끝과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