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내가 날아오른다면 - 박금성

마루안 2022. 7. 11. 21:32

 

 

내가 날아오른다면 - 박금성

 

 

늦은 겨울밤

13층 건물의 옥상 난간 위에 앉아 있다

 

내가 젖먹이 때 발견된 곳은 파출소 옆

아기용 젖꼭지를 물고 있더라고, 방긋방긋 웃더라고

 

우는 아이는 버려진 아이

웃는 아이는 발견된 아이

 

발견된 나를 멀리하는 학교 아이들

발견된 놈을 멀리하는 문구점 누나

발견된 짐승을 멀리하는 붕어빵 아줌마

 

버려지는 것은 휴지와 머리카락 그리고 짐승

잃어버릴 수 있는 것은 보석

발견될 수 있는 것은 휴지도 머리카락도 짐승도 보석도

 

그 사람이

버려진 아이는 사람 될 수 없다며 장난감 박스를 내려놓았다

 

난 버려지고 발견된 짐승

사람의 가죽으로

사람이고 싶어 날아오른다

 

 

*시집/ 웃는 연습/ 서정시학

 

 

 

 

 

 

유년의 뺨 - 박금성

 

 

철새들이 창공을 가르며 날아가고

갈라진 허공에서 태어나는 구름 사이로

아무도 잊지 않는 아침이 온다

 

햇살의 따가운 시선을 햇살이 볼 수 없듯

가슴이 등을 만질 수 없는

손바닥은 손등을 펴서 무심히 바라본다

 

구름이 구름을 모아 생긴 틈으로

햇빛이 떠다니고

 

뭉게구름 몇 개가 이어질 듯 멀어질 듯

서쪽으로 날아간다

 

바람이 낙엽을 입고 언뜻 드러난

푸르르 질린 얼굴은 누가 그려 놓았는지

 

뒤집어 보면 동그랗게 젖어 있는

유년의 뺨

떠도는 구름처럼 마를 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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