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425

벼랑에 선 사람들 - 제정임 외

가능한 이런 류의 책은 읽으려고 노력한다. 나는 많이 배우고 잘 나가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돈 많이 벌어 출세했다는 성공담도 귀담아 듣지 않는다. 반면 가난하고 소외 받는 사람들 이야기에는 솔깃해진다. 이 책에는 제목처럼 벼랑에 선 사람들 이야기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정한 고용, 언제 사고가 나서 다치거나 생명이 위험해지는 열악한 노동 환경 등 밥줄에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이다. 아무리 인생이 오리무중이고 가시밭길이라해도 이 책에서 다룬 사람들 이야기는 참 눈물겹다. 누구나 가고 싶은 직장은 대기업이나 은행, 공기업, 공무원 등이다. 그래서 이런 쪽은 취업 경쟁률이 높다. 이 구도에는 언제든 대체 가능한 인력이 많다는 의미다. 100대1 경쟁률이라면 합격자가 그만두더라도 언제..

네줄 冊 2015.08.09

죽기 전에 더 늦기 전에 - 김여환

호스피스 병동에서 암환자의 고통을 함께한 가정의학과 전문의 김여환 선생의 에세이다. 이 책을 쓰기까지 5년 동안 800여 명의 환자에게 임종 선언을 한 여성 의사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죽음을 앞둔 사람들 주변 풍경을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호스피스 병동은 더 이상 치료가 무의미한 말기 환자가 평화롭게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들어오는 곳이다. 그런데 이 책을 통애 임종이 너무 가까운 사람은 호스피스에 들어올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오자마자 임종을 맞이하는 환자를 보면 이미 입원해 있는 환자들이 상처를 받기에 삶의 마지막 시간을 즐길 여력이 있는 환자들만 입원을 허락한단다. 나는 이 많은 죽음의 풍경에서 유독 불행한 죽음에 관심이 갔다. 죽음을 앞둔 사람 앞에서 재산 상속 싸움을 하는 모습이다. 세상에나,..

네줄 冊 2015.07.29

작지만 큰 한국사, 소금 - 유승훈

요 근래 읽은 책 중에서 가장 흥미롭고 기억에 남은 책이다. 소금은 꼭 필요한 것인데도 갈수록 주목을 받지 못하는 물질이다. 고헐압과 심장병의 주범으로 꼽히면서 더욱 기피하는 겻이 소금이다. 천덕꾸러기가 된 요즘이야 소금이 넘쳐나지만 예전에는 소금이 아주 귀했다. 소금을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그걸 실감할 수 있게 소금의 역사를 아주 세세히 기록하고 있는 소금 같은 책이다. 그만큼 귀한 내용이다. 문화사에 관한 책 대부분이 외국책을 번역한 것이 많은데 소금의 역사를 한국인 저자의 책으로 접한 것부터가 반갑다. 제대로 간이 된 이런 서적을 접할 때면 우리 사회에 좋은 저자가 왜 필요한가를 절실하게 깨닫는다. 소금과 연관된 생활사를 기록한 내용은 아주 맛깔스럽다. 저자의 문장력..

네줄 冊 2015.03.02

인체재활용 - 메리 로치

아주 재밌게 읽었다. 추리 소설처럼 한 번 손에 잡으면 놓치 못할 정도로 흥미로운 내용이다. 이라는 제목도 참 잘 지었다. 명료하게 다가오면서 한편으로 아주 문학적인 제목이다. 말 그대로 이 책은 기증된 시신으로 각종 실험을 하는 내용이다. 흔히 커대버(Cadaver)라고 하는 인간의 시체는 해부용으로 많이 사용되나 이 책에는 다양한 분야에 커대버가 각종 연구에 기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성형외과 의사들이 주름살 제거 수술을 할 때도 사전에 시신의 얼굴로 수술 연습을 하고 나서다. 레지던트들이 외과수술을 익히는 방법은 경험 많은 외과 의사들이 집도하는 수술 현장을 지켜보면서 익힌다. 그래서 유명 의사의 수술 현장에는 수술과 직접 관계 없는 이런 관객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보는 것과 직접 해보는 것..

네줄 冊 2015.02.23

음식 문맹자, 음식 시민을 만나다 - 김종덕

요즘 모든 매체에서 음식에 관한 정보가 차고 넘친다. 방송에서는 종일 먹는 장면을 중계한다. 소위 먹방이라 불리는 프로그램이 난무하는 것도 대중들의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프로에 광고가 많이 붙으니 방송사도 당연 먹방 제작에 열을 올린다. 먹방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저렇게 먹고 어떻게 사냐다. 유튜브에서 인기라는 어떤 먹방은 출연자가 그 자리에서 몇 종류의 라면을 시식하면서 총 5인 분의 라면을 먹는 걸 보았다. 맛있다는 느낌에 군침이 돌기보다 저렇게 먹어도 괜찮나였다. 나도 식탐이 있는 편이지만 과식은 하지 않는다. 완전한 영양 균형은 아니더라도 편식 없는 소박한 식사에 가능한 남기지 않고 다 먹는 편이다. 유명 맛집을 찾는 일도 거의 없다. 불원천리를 마다하고 맛집을 찾아 다니는 사람들이 되..

네줄 冊 2015.02.01

한식의 배신 - 이미숙

매일 먹는 음식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인간의 역사와 함께 왔다. 한식도 마찬가지다. 초근목피로 연명할 때도 풍년이 들어 보리밥이라도 실컷 먹을 수 있을 때도 나름 그 시대의 조리법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고추나 감자처럼 새로운 먹을거리가 전래 되면서 조리법 또한 변했다. 소금에 절인 백김치에 고추가루가 들어가면서 빨간 김치로 서서히 변했다. 전통 김치를 꼭 정의한다면 무우를 소금물에 절인 동치미다. 배추는 한참 후에 재배된다. 이처럼 한식을 딱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이라는 한식의 정의는 이제 바꿔야 할 때다. 이 책의 저자는 으로 정의한다. 이 책은 제목처럼 한식을 예찬하는 내용이 아니다. 우리가 전통식이라 먹고 있는 김치나 찌개류가 현대에는 피하거나 개선해댜 할 음식이라 말한다. 전적으로..

네줄 冊 2015.01.18

우주 다큐 - 메리 로치

어떤 계기였는지 몰라도 우주인의 성생활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어쩌면 20대에 읽었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을 때부터였는지도 모른다. 달나라에 갔던 우주인은 무얼 먹으며 우주선에 화장실이 있는 건가. 비행기에도 화장실이 있으니 당연 있겠지 했는데 우주선은 아니다. 그들도 사람인데 먹고 싸야 할 거 아닌가.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이기에 그들의 자부심은 대단하지만 그들도 나와 똑같은 사람이다. 그렇다면 6개월 동안 우주정거장에 있는 사람은? 먹고 자는 것은 그런대로 해결한다 치자. 성욕은 어떻게 할까. 이 철없는 호기심이 이 책을 읽게 했다. 이 책을 쓴 는 여성 작가다. 그것도 과학 분야 전문 작가. 어쩌면 이 사람도 나처럼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달나라 다녀왔다고 우주 개척이..

네줄 冊 2014.11.29

인간의 조건 - 한승태

주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아님 반항하고) 세상을 겉돌던 한 젊은이가 한국 사회의 밑바닥 직업을 전전하며 겪은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책 제목인 이 유명 문학 작품도 있고 너무 흔한 제목이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아주 적절한 제목이라는 생각을 한다. 형식은 르포에 약간의 소설을 보탠 것이라 해도 되겠다. 저자 한승태가 경험해 이 책에 기록한 직업은 다섯 개다. 진도-꽃개잡이. 서울-편의점과 주유소, 아산-돼지 농장, 춘천-비닐하우스 농장, 당진-자동차 부품 공장이다. 이곳의 모든 노동자는 최저 임금을 겨우 받거나 그에 못 미치는 금액을 받으며 일한다. 그래서 한국인이 아주 귀하다. 저자가 입사 때마다 들은 말이 "정말 한국인 맞아요?"와 "신기하네."였다. 그만큼 노동 강도는 세고 근무 시간은 길어 ..

네줄 冊 2014.11.19

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

유시민의 책은 가능한 읽는다. 아마도 그가 낸 책은 거의 대부분 읽었을 것이다. 신간을 바로 읽지 못하면 나중에 찾아서라도 꼭 읽는다. 책이란 미루다 보면 읽을 때를 놓치는 경우가 많기에 읽어야지 했다가 잊기도 한다. 이 책이 그랬다. 신간 소식을 접하면 건너 뛸 책은 빼고 고르고 골라서 읽어야 할 책 목록에 올린다. 내가 책만 읽으면서 밥먹는 사람도 아니고 작정하지 않는 한 바로 읽지 못한다. 새로운 책이 나오면 점점 목록만 늘어나고 당연 먼저 올라온 책은 뒤로 밀리게 된다. 잊고 있던 책을 만나는 계기가 특별히 있는 것은 아니다. 유시민의 를 읽고 나서 이 책에 손이 닿은 것이다. 후불제 민주주의는 유시민의 자전적 에세이라 해도 되겠다. 어렵고 멀게 생각하는 헌법에 관한 글을 시원시원하게 썼다. 나처..

네줄 冊 2014.06.04

내 삶에 비겁하지 않기 - 박동식

내가 책을 읽는 가장 큰 목적은 나를 돌아보고 반성하기 위함이다. 옛날에는 남에게 아는 체를 하기 위해서거나 정보를 찾아 지식을 늘리려는 목적으로 책을 읽었다. 그것이 어느 정도 내 삶에 보탬이 되기는 했다. 그것과 함께 내 거짓말이 함께 늘어난 것도 있다. 내 삶은 늘 그렇게 어설프면서 꼬질꼬질했다. 그래도 어쩔 것인가. 아무리 꾸미려고 해도 이것이 내 오리지널인 것을,,, 부실한 내 삶 때문에 제목이 더 끌리기도 했지만 이 작가는 오래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다. 나처럼 이 사람도 방랑기가 몸에 사무치게 박혀 있어서 일찍부터 여행을 했다. 근 20여년 전일 거다. 이 사람이 인도를 여행하고 쓴 책이 있었다. 마지막 여행이었던가? 암튼 그때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이곳저곳 떠돌던 내가 많은 감동을 받았..

네줄 冊 2014.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