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만약은 없다 - 남궁인

마루안 2017. 11. 16. 22:54

 

 

 

나는 의사에 대해 좋은 인식을 갖고 있지 않다. 그보다는 나쁜 인식을 갖고 있다고 하는 게 맞겠다. 앞으로도 살아가면서 의사 만날 일이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의사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왠지 이런 의사라면 무엇이든 털어 놔도 되겠다 싶었다.

대부분의 의사가 기능적인 면만 수련하기 때문인지 높은 학식에도 불구하고 돈독이 올라 무식하다. 반면 이 사람은 글을 아주 잘 쓴다. 그리고 인간에 대한 아니 환자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직업으로 대하는 환자가 대부분이겠지만 글이나 생각에서 그 사람의 본성을 엿볼 수 있다. 요즘엔 의사도 편하고 돈 잘 버는 쪽으로만 편향이 심해지고 있다.

성형외과, 피부과, 안과 등은 인기가 많아 지원자가 넘처나는데 흉부외과 등 위급환자에게 필요한 외과는 지원자가 거의 없다고 한다. 쌍꺼풀 수술이나 광대뼈가 너무 튀어나왔다면 성형외과를 가고 눈에 다래끼가 생기면 안과를 간다. 그러나 그런 것 때문에 당장 생명에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집안 화장실에서 갑자기 쓰러졌을 때나 교통 사고를 당해 심하게 다쳤을 경우는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로 가야 한다. 누구든 그런 일이 안 생긴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교통 사고나 협심증으로 분초가 아까울 만큼 생명이 위급한데 응급실에는 외과 의사가 부족해 응급 처치가 늦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이 책에도 나오지만 조만간 외과 의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공감 가는 글, 흡연력 있는 문체, 현장에서 경험한 의료 행위에 대한 치열한 일상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처치하는 응급 환자들의 다양함도 상상 이상이다. 응급실이 요지경이라 해도 될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