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425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 - 다니엘 튜더

영국 맨체스터 출신의 기자가 한국에서 취재한 사회 현상을 세밀하게 지적하고 있는 책이다.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이라는 아주 문학적인 제목도 맘에 들지만 특히 라는 부제가 눈길을 끌었다. 그래서 이 책은 한국의 정치 현실을 지적하는 글이 대부분이다. 서양 언론의 특파원으로 한국에 머물렀던 그는 언론인이나 정치인에게 빌붙어서 콩고물 받아 먹는 기자는 아니다. 오히려 불법이 아닌 선에서 받아 먹을 것은 적당히 챙기고 대중과 언론을 이용하는 정치인을 신랄하게 비판하다. 그가 취재한 기간이 이명박근혜 정권 시기에 집중 되어서 새누리당과 함께 두 정부를 파헤치고 있다. 이명박의 사대강 사업과 자원 외교 실패로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다는 것도 지적한다. 그 돈으로 차라리 복지에 투자를 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진단도 한다..

네줄 冊 2016.09.07

쓴맛이 사는 맛 - 채현국

쓴맛이 사는 맛이라는 제목이 확 꽂힌 책이다. 일종의 자서전이랄 수 있는데 당사지인 채현국 선생이 직접 쓰는 것을 완강히 사양해서 정운현 기자가 선생의 구술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일종의 인물 평전이라 하겠다. 시대의 어른 채현국, 삶이 깊어지는 이야기, 이렇게 달린 부제에 걸맞게 읽고 나면 쫄아들었던 가슴이 활짝 펴지는 것을 느낀다. 문장도 아주 쉽다. 하긴 사람 사는 이야기에 미사여구로 분칠하는 것도 되레 거부감을 들게 할 수 있다. 채현국 선생이 주변에서 살아온 이야기를 한번 쓰라는 권유를 뿌리친 것도 그런 이유다. 쓰다 보면 본인을 미화할 테니 쓰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선생을 만나 구술한 내용을 글로 옮긴 정운현에게도 누차 강조한 것이 쓰다 보면 좋게 쓸려고 한다며 충고했다. 정운현은 책에서 ..

네줄 冊 2016.03.07

세상물정의 사회학 - 노명우

요 근래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인상에 남은 책이다. 읽은 책 모두를 다 감상문을 쓰지 않는다. 열 권 읽어 한 권 정도랄까. 어쩔 때는 스무 권에 하나 꼴로 후기를 쓴다. 책을 까다롭게 고르고 골라서 읽지만 감상 후기를 쓰고 싶은 책은 극소수다. 게으를 권리 때문이기도 하나 안 내키는 일 하지 못하는 성격이 가장 크다. 내가 이곳에 드문드문 책 읽은 후기를 기록하는 것은 나중 일기장 들여다 보듯 훓어 보고 싶어서다. 의무감도 없지만 그렇다고 너무 늘어져 사는 것을 경계한다. 사회학자 노명우의 책은 두 번째다. 얼마전에 를 읽고 이 양반 글 잘 쓰네라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사람이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해도 가장 작은 단위는 혼자다. 혼자 잘 보내는 사람이 사회 생활도 잘 한다. 이 책은 자전적인 경험을 토..

네줄 冊 2016.02.06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 서영은

나름 여행을 많이 했다고 생각하지만 앞으로의 여행은 걷기 여행을 하리라 마음 먹은 것이 이태 전이다. 는 말이 있는데 선배 중에 그렇게 여행과 등산을 좋아했는데 오십 줄 넘어서면서 딱 멈췄다. 무릎 통증 때문이다. 가벼운 교통 사고의 영향이 크지만 선배는 좀더 일찍 걷기 여행을 많이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지금은 공원 산책을 천천히 할 수 있을 정도까지 회복했지만 예전처럼 등산을 할 정도로 돌아가기는 힘들다고 한다. 나는 어머니늘 닮아 다리가 튼튼한 편이다. 하체가 튼튼한 편이라는 것이 맞겠다. 어머니는 70이 넘을 때까지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녔다. 젊었을 때부터 이런 저런 장사로 머리가 벗겨질 만큼 물건을 이고 십 리 이십 리 길을 다녔다. 십 리 길이 넘는 오일장도 어머니는 늘 걸어서 다녔다. 건실..

네줄 冊 2016.02.05

적멸을 위하여 - 조오현 시집

팔순을 훨씬 넘긴 조오현 스님의 시선집이다. 몇년 전에 시집 를 냈는데 그때 읽었던 감동을 다시 받는다. 그 시집에 실린 시를 포함해서 초입에 실린 절간 이야기는 긴 문장에도 불구하고 심오함을 느낀다. 이런 것도 시가 되나? 했다가 말미에 무릎을 탁 치게 만드니 문학의 힘이 이런 것인가 보다. 종교를 갖고 있지 않지만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불심이 숨어있기에 더욱 그렇다. 윤회는 믿지 않는다. 그래도 전생이 있었다면 나는 중이었을 것이다. 바람난 중,,,, 앞 부분은 불교소설이라 여기며 읽고 중간 부분은 하이쿠를 생각하며 읽다가 마지막 부분은 詩로 읽었다. 내 맘대로다. 마치 세 권의 문학 책을 읽은 기분이다. 일찌기 그의 시집에서 고은 시인과 도올 선생이 스님을 응원하는 그림 문장을 보았다. 10여년 ..

네줄 冊 2015.11.22

아버지는 그렇게 작아져간다 - 이상운

좋은 책을 읽고 나면 마치 부자가 된 기분이 든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딱 그랬다. 나 혼자만 읽고 말 책이 있는데 공연히 추천했다가 감동이 없는 책이었다는 소릴 들을 것 같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도 누군가 입이 마르도록 추천한 책이 내게는 시간 낭비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좋은 책은 분명 있으나 모두에게 감동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은 추천하고 싶다. 특히 중년 이후에 읽는다면 완전 공감을 할 것이다. 소설가 이상운은 그리 알려진 작가는 아니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그의 소설을 처음 접했다. 그의 소설이 다소 난해한 반면 이 책은 속도감 있게 잘 읽힌다. 노년까지 비교적 건강하던 아버지가 여든 여덟이 된 해에 갑자기 열이 심하게 나면서 위급 상황이 된다. 병원을 가자는 자식들을 물리치며 아버..

네줄 冊 2015.11.11

시의 힘 - 서경식

서경식 선생이 처음으로 문학에 관한 책을 냈다. 예전에 읽었던 에서 어린 시절 문학에 눈뜨는 과정을 알게 되었다. 그때 한 사람이 어떻게 지식으로 성장하는지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사람도 식물도 씨앗에 앞서 텃밭이 얼마나 중요하던가. 열악한 환경에서 이렇게 훌륭하게 키워낸 서경식 선생의 부모님도 대단하다. 이 책에 나오기도 하지만 선생의 모친은 글을 쓸 줄 몰랐다. 나중 선생의 형들이 한국에서 정치범으로 몰려 감옥에 들어가자 면회를 위해 글을 깨우친다. 눈물겨운 장면이다. 서경식 선생은 일본에서 태어나 자랐기에 한국어가 서툴다. 당연히 그의 모국어는 일본어다. 그래서 번역을 해서 출판을 하는데 전주대 교수인 서은혜가 했다. 서경식 선생은 청소년 시절부터 글쓰기를 했는데 고등학교 때 작은 시집을 발간..

네줄 冊 2015.10.28

행복의 가격 - 태미 스트로벨

이 책은 결혼 8년 차의 미국 한 중산층 부부의 미니멀리즘 실행기다. 34평 아파트에 살면서 차 두대를 소유했고 매일 쇼핑의 즐기던 부부는 어느 날 이렇게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인지를 자각한다. 부부는 아파트 대출 자금, 자동차 할부금 납부에다 적자를 면치 못하는 카드 대금 때문에 말다툼을 할 때가 많았다. 미니멀리즘 실행을 시작한 부부는 집 크기 줄이는 과정을 실천한다. 34평에서 22평, 다시 11평 원룸에서 현재 3.6평 작은 집에서 산다. 36평이 아니라 3.6평이다. 그렇게 좁은 집에서 어떻게 사냐는 의문은 이 책을 읽으면서 술술 풀린다. 집안 곳곳에 시도 때도 없이 쇼핑으로 사들인 물건을 하나씩 줄여 나가는 과정과 물건뿐 아니라 적게 쓰고 크게 노는 홀가분한 일상으로 변하는 과정이 저절로 공감..

네줄 冊 2015.10.12

병원 장사 - 김기대

참 좋은 책이다. 라는 확 깨는 제목답게 내용은 아주 세밀하다. 좋은 기자도 좋은 의사도 많지 않은 시대에 이렇게 직접 발로 뛰면서 취재한 내용을 정리해 책을 낸 김기태 기자의 노고에 감사한다. 자고로 기자는 이렇게 해야 한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김기태 기자는 소외 되고 낮은 곳을 향해 눈길을 주는 사람이다. 예전에 로 엠네스티 언론상과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그보다 더한 상도 주고 싶을 정도의 감동을 받았다. 이 책은 대한민국 병원 실상을 낱낱히 파헤진 보고서다. 실제 기자는 몇군데 치질 전문병원을 찾아가 상담을 받으면서 요즘 병원이 얼마나 장사에 혈안이 되어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 병원은 당장 수술을 하라 하고 다른 병원은 그럴 필요 없이 경과을 지켜보고 결정해도..

네줄 冊 2015.10.05

흐드러지다 - 박이화 시집

천년의시작에서 좋은 시집을 많이 낸다. 시집물로는 나와 가장 잘 맞는 출판사가 천년의시작이다. 회사 이름도 시집 전문 출판사로 딱 어울린다. 오래된 출판사는 아니지만 150권을 훨씬 넘긴 , 에서 좋은 시인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다. 그 중 최근에 만난 시집 중에 박이화의 시집 가 단연 발군이다. 거의 한 편도 버릴 게 없을 정도로 고른 작품성에다 절묘한 은유에 담긴 시들을 읽으면서 탄복을 했다. 사랑에 빠졌거나 사랑에 실패한 중년들은 더욱 공감할 것이다. 시도 사람이 낳고 소비하는 상품이다. 작금의 시판이 아름다운 자연이나 말랑말랑한 인생을 노래하는 철없는 베짱이들의 뜬구름 타령으로 가득하다. 시도 인생의 한 부분,, 박이화의 시가 그렇다. 유치한 사랑을 오묘한 사랑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 그이 시의 힘이..

네줄 冊 201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