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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천명의 시간 - 전대호 시집

언젠가부터 나이에 관한 시가 나오면 유심히 들여다 본다. 아마도 50을 넘기고부터였을 것이다. 스무 살이 되기 전에는 어서 나이를 먹어 서른이 되고 싶었는데 마흔 넘길 때 즈음 이렇게 중년의 문턱을 넘는구나 서글펐었다. 마흔 아홉쯤에 조금 혼란스러웠다.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느낌이랄까. 해마다 오는 봄과 가는 가을은 그대로인데 세월을 보는 눈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다. 하물며 오십 넘기고는 오죽할까. 오지 않을 것 같던 그 오십을 훌쩍 넘긴 지도 한참이다. 나이 드는 쓸쓸함 때문일까. 이런 제목이 붙은 시집에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앞으로 이순을 넘기면 더욱 민감할 것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문장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어쨌든 시에 위로를 받으며 가능한 나이값은 하면서 살고 싶은 ..

네줄 冊 2022.03.29

섣부른 저녁 - 최규환

섣부른 저녁 - 최규환 방향을 정하지 않고 떠나는 날이 있었다 확률과 운으로 점쳐지는 조합인 것 같아 연고와 인연을 찾을 수 없는 되도록 사랑을 잃고 떠돌았던 언덕이나 숲으로 가고 싶었다 목적을 모르는 삶에 적당한 휴일 대합실에서 두 시간을 서성이며 신이 우리에게 넘겨준 협소를 염두에 뒀다가 몇 해 전 낯선 읍내를 지나면서 보았던 풍경이 생각났다 오일장이 파하는 무렵이었고 상인들은 식은 커피를 나눠 마셨다 종일 비슷한 태도로 방을 나눠주었을 여관 주인의 꼬부라진 말투가 친근했다 내려놓고 사는 것은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을 버려둘 수 있다는 말을 새겨두는 사이 가마치 통닭집에선 기름에 부풀려진 내막이 튀겨져 나왔다 스스로 용서가 안 되는 나의 비겁과 오랫동안 아팠던 길에서 만난 흐린 기억이 자꾸만 떠올라 방..

한줄 詩 2022.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