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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머랭 선생님 - 김륭 시집

또 하나의 시집 전문 출판사가 나온 모양이다. 너댓 군데 메이저 출판사가 장악하고 있는 시집계에서 이런 출판사의 출현은 반길 만하다. 호시탐탐 낚을 준비를 하고 있는 내 시 그물망에 이 출판사가 들어왔다. 이라는 이색적인 출판사다. 먼저 세 권이 나왔다. 셋 중 하나를 고른다. , 몇 편 읽다가 바로 방생을 한 나머지 시집도 좋은 시집일 것이나 내 잣대로는 냉정하게 하나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고보면 내 일상이 참 매말랐다. 별로 공감이 안 가는 시까지 인내심 발휘하며 눈에 넣을 만큼 여유롭지 않다. 편식을 하는 내 얕은 지식에 반성도 한다. 나는 게으른 독자이지 착한 독자가 아니다. 김륭은 지금까지 나온 시집들 제목이 전부 이색적이다. 더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읽은 그의 시집들이다. , < ..

네줄 冊 2022.03.25

통점을 잃어버린 나는 더 이상 낙화가 아프지 않다 - 강시현

통점을 잃어버린 나는 더 이상 낙화가 아프지 않다 - 강시현 붉은 실루엣을 걸친 이별은 슬픔의 몫 아득한 헤어짐을 위하여 이별에게 슬픔의 보따리를 안겨 떠나보내지 않기 위하여, 이제는 하관처럼 분명한 사건 통점을 잃어버린 나는 더 이상 낙화가 아프지 않다 한 생애의 품격을 정하는 것은 쓸쓸함의 강도에 있겠으나 먹고사는 것 자체가 예술이라던 장사치의 푸념이 더 미더운 시간 복수초를 달여 장복하면 말기암도 낫는다는 헛도는 소문과 흑단 같은 용 문신으로도 가려지지 않던 나약한 흉터, 상상을 믿어야만 신의 얼굴이 보인다던 종교의 힘 무엇이라도 잡고 싶었던 절박한 손 초정밀 과학으로 몸단장을 하고 초자연적 미신으로 머리단장을 하고 늘어선 인텔리전트빌딩의 거리에서 흔들리던 현생의 가벼움 생명 부지의 판단은 목구멍의..

한줄 詩 2022.03.24

발 없는 남자의 구두 - 배한봉

발 없는 남자의 구두 - 배한봉 구두를 사려고 마트에 갔다. 정든 나의 구두. 몇 차례 굽과 밑창을 갈았던 구두가 이제 더는 버티지 못하겠다고 너덜너덜 삭아 내린다. 어떤 것이 좋을까. 이것저것 신어보며 진열대를 한 바퀴 살펴보는데, 누가 나를 빤히 쳐다 보고 있다.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얼굴을 돌리는 그 남자, 발이 없다. 무엇엔 놀란 듯 화들짝, 휠체어를 돌리는 남자의 등이 막막하다. 그가 미처 거둬가지 못한 눈빛이 한참이나 남아 서성대는 구두 진열대 앞에서 나는, 깊은 허방에 빠진다. 깜깜하다. 발 없는 사내. 그가 물끄러미 바라보다 흘린 마음 참 오래 깜깜해서 나는 낡은 구두가 지켜온 내 발 덥석 두 손으로 감싸본다. 울컥, 가슴 복받치는 발 고린내! 내가 사려 했던 구두는 발 없는 남자를 따라갔..

한줄 詩 2022.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