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파람새 울고 동백꽃 지니 - 안태현 모처럼 홀로 되어 묵은 때 씻겠다고 뭍에서 섬으로 건너오니 휘파람새가 운다 가파른 비탈에 뒹구는 동백꽃 숭어리들 섬에서는 나를 오래 보관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싸구려 옷을 좋아하고 허술한 민박집도 마다하지 않는 그런 마음가짐이 내 생의 농도 너무 묽은 게 거슬리고 너무 끈적이는 게 두렵기는 하지만 술집에서 바다에서 점집에서 나사 한 개가 풀린 것처럼 낭비가 필요한 내 감정들 꽃 질 때 우는 새도 있는데 너무 우는 일을 잊고 살았다는 것인가 등 돌리고 가서는 밥 한 공기처럼 웃는 일이 많았다는 것인가 나를 태운 이 섬이 둥둥 떠서 망망대해로 흘러가면 홀로 우는 휘파람새가 되어도 좋겠다 파도에 밀리고 밀리어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사람이 되어 끝내 시처럼 살아내도 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