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다. 시도 그렇다. 서 말 아니라 백 말이라도 읽어주는 독자가 없으면 그건 한갓 이불 속에 혼자 숨어서 하는 자위 행위에 불과하다. 열 권의 시집을 냈는데도 그 시인에게 아무 궁금증이 없는 경우가 있는 반면 단 한 권의 시집에서 그 시인을 홀딱 벗겨 해부해보고 싶어질 때가 있다. 강시현 시인이 그렇다. 시를 읽으면서 어떤 사람일지 정체성이 궁금해지는 경우다. 이 시집은 두 번째 시집이다. 한 시인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 권은 읽은 후라고 보는데 세 번째까지 갈 것 없이 제대로 빨려들었다. 이 시인은 첫 번째 시집부터 다소 두껍다. 두 권 다 거의 100여 편의 시가 실렸다. 그런데도 그의 시는 건너 뛰고 싶은 작품 하나 없이 지루하지가 않고 술술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