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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굽혀펴기 - 박숙경

팔굽혀펴기 - 박숙경 지루한 생각이 자라나면 미완의 팔굽혀펴기를 꺼내야지 눈물이 고여 넘치기 전에 비밀이 될 수 있는 것과 비밀이 될 수 없는 것의 차이는 뻔한 것과 뻔하지 못한 것의 차이 만월을 삼켜버린 꿈 아름다운 슬픔일까 꿈 깨기 전의 깊은 흐느낌 같은 걸까 얼마의 기억들이 줄을 서서 못을 박고 입장을 바꿔보지 못한 생각들이 집을 짓는 시간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으로 초라해진 생각의 어깨를 두드리며 문턱을 넘나드는 여러 말을 생각했다 살아야 하는 세상에서는 살아야 하는 것이 순서이므로 이별이라는 말을 포기하기로 했다 언젠가는 완성될 팔굽혀펴기를 위하여 *시집/ 그 세계의 말은 다정하기도 해서/ 문학의전당 추풍령 - 박숙경 솔직히 말하자면 트로트보단 발라드였다 처음엔 지명에 이끌렸고 가을비 촉촉한 ..

한줄 詩 2022.04.09

이렇게 쓰려다가 - 김태완

이렇게 쓰려다가 - 김태완 짧게 쓰기로 했다 구색을 맞추려 길게 늘어뜨린 행사장 축사 같은 들리지 않는 귀를 자꾸 만져보고 잘 붙어 있는지 확인하는 자세가 하품을 하거나 초점 없는 눈으로 언제 박수를 칠까 무념의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다 조금은 위안이 될 수도 있었다 메이커 없는 신발을 싼 맛에 사서 분명 몇 달 버티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실속으로 치자면 싼 맛이 최고다 걸음이 느려지거나 보폭이 짧아지지는 않았다 넋두리, 밑줄 치며 한 행 한 연을 곱씹어 읽어보아도 너무 깊은 그 속을 읽어낼 수 없어 한참을 자책하면서 읽던 수준 높은 넋두리 지방의 무지렁이로 사는 나는 짧은 것들만 과일 고르듯 골라 마음에 길을 터주기로 했다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정신없이 갈갈이 찢어지고 쪼개진 몇 분 몇 초가 아쉬운 일터..

한줄 詩 2022.04.09

담장 밖이 궁금한 봄꽃

경복궁 담장은 걷기에 참 좋은 길이다. 너무나 화창한 봄날 벚꽃이 만개했다. 요즘 우리 궁궐에서 벚꽃은 보기 힘들다. 경복궁뿐 아니라 덕수궁, 창덕궁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예전에 봄이면 창경궁 벚꽃놀이가 아이들의 자랑이었다고 한다. 일본 색을 지운다는 이유로 궁궐에 있는 벚꽃이 사라졌다. 봄꽃의 대표인데도 벚꽃이 일본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이것도 일종의 콤플렉스일 수 있다. 꽃은 꽃이다. 그럼 입법부의 상징인 여의도 국회 벚꽃은 어떻게 볼 것인가. 아무리 봄꽃이 만발해도 벚꽃을 뺀다면 봄꽃은 허전하다. 어쨌든 봄이면 나는 벚꽃으로 위로를 받는다. 예전 사람들도 그랬을 것이다. 고단한 서울살이 노동에서 벗어나 아이들과 하루쯤 김밥 싸들고 창경원으로 나들이 간 가족 풍경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거기다 사진 한..

다섯 景 2022.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