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지 않은 봄날 저녁 - 김명기 봄비 오는 줄 모르고 잤다 내리는지 몰랐던 비처럼 쏟아지는 잠 누군가 몸 한 귀퉁이를 잘라냈다는 말을 듣는데 온몸이 얼마나 아프던지 비명은 내 몫이 아니었으므로 그녀는 괜찮다고 했지만 괜찮지 않았다 읽던 책을 펼쳐 놓고 노트북도 켜 둔 채 시간 모를 잠에서 깨어 뒤척이다 그녀에게서 사라졌다는 몸 한쪽으로 다시 돌아누웠다 수화기 너머 정비사가 낡은 찻값의 반이나 되는 수리비 견적을 말하며 깨끗하게 수리하면 괜찮을 거라 했지만 괜찮지 않았다 며칠째 떠돌이 개가 집 주위를 맴돌며 눈치를 살피지만 괜찮지 않은 마음으로 모르는 척 피하고 있다 비 내리는 봄은 괜찮지 않은 것투성인데 괜찮다는 말을 입 속에서 혀처럼 달고 산다 한쪽을 잘라낸 몸과 찻값의 절반이나 되는 수리비와 굶주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