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절없이 출렁이며 - 강시현
속절없이 출렁이며 - 강시현 당신은 죽어 별이 되리라는 뭉클한 말 때문에 가랑이를 벌리고 고통을 찢으며 나를 낳았지 안날 일기예보에 오늘은 유난히 별이 많이 쏟아지니 지붕에 난 창문을 잘 닦아 놓으라 했어 별들의 유혹이 닥쳐오리니 짓물러진 마음을 잘 묶어 두라 했어 올해는 별 농사가 잘됐어 풍년이야 산마루 가까이 지은 집은 하늘과 가까워 별숲이 더 반짝거려, 별들이 폭설로 쏟아져 별을 녹여 얼굴을 씻고 밥을 지어 먹지 어떤 날은 늙은 별들이 푹푹 쌓여 길을 지워 귀갓길을 잃기도 하지 아랫마을 노파는 보란 듯이 별의 숲에 묻혔지 여기엔 금고도 없고 도둑도 없지 별은 향기로운 스무살 가슴처럼 몰랑몰랑하지 아픔도 상처도 머물지 못하는 별의 무리 속으로 가뭇없이 지워져도 아무도 슬프지 못하지 나를 낳은 여자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