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담장은 걷기에 참 좋은 길이다. 너무나 화창한 봄날 벚꽃이 만개했다. 요즘 우리 궁궐에서 벚꽃은 보기 힘들다. 경복궁뿐 아니라 덕수궁, 창덕궁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예전에 봄이면 창경궁 벚꽃놀이가 아이들의 자랑이었다고 한다. 일본 색을 지운다는 이유로 궁궐에 있는 벚꽃이 사라졌다. 봄꽃의 대표인데도 벚꽃이 일본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이것도 일종의 콤플렉스일 수 있다. 꽃은 꽃이다. 그럼 입법부의 상징인 여의도 국회 벚꽃은 어떻게 볼 것인가. 아무리 봄꽃이 만발해도 벚꽃을 뺀다면 봄꽃은 허전하다. 어쨌든 봄이면 나는 벚꽃으로 위로를 받는다.
예전 사람들도 그랬을 것이다. 고단한 서울살이 노동에서 벗어나 아이들과 하루쯤 김밥 싸들고 창경원으로 나들이 간 가족 풍경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거기다 사진 한 장 박을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면 금상첨화였으리라.
이 꽃을 보며 그 생각을 했다. 먹을거리 구경거리가 넘쳐나고 집 밖을 나서면 어디나 있는 벚꽃이지만 이 꽃은 다르게 보인다. 봄은 봄이다. 꽃은 꽃이다. 벚꽃도 그저 벚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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