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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피는 얇아서 - 박은영 시집

울림 있는 시집이란 이런 거구나 했다. 새로운 시집 전문 출판사가 되려나. 시인의일요일에서 연달아 좋은 시집을 만난다. 기분 좋은 일이다. 집이 신촌이라 지척에 있는 안산과 인왕산을 자주 오른다. 보통 인왕산에 올라 안산으로 내려오는 코스가 대부분이다. 내려오는 마지막 지점이 보통 봉원사다. 봉원사 입구에는 엄청나게 큰 백목련이 있다. 목련이 꽃은 예쁘나 진 꽃이 조금 흉하다. 수북히 쌓인 목련잎이 시커멓게 변해가고 있다. 목련 나무 아래 의자에 앉아 있는데 종소리가 들린다. 해거름에 듣는 범종 소리는 처음인 것 같다. 이렇게 사찰의 종소리가 아름다울 수 있구나 했다. 종을 치는 시간이 길기도 했다. 재보지 않았지만 10분은 족히 넘게 쳤을까. 노을을 바라보며 마음을 차분하게 만드는 울림 있는 종소리에 ..

네줄 冊 2022.04.13

대통령의 염장이 - 유재철

예전부터 김영사가 책 제목 장사를 아주 잘한다. 이것도 하나의 경영 방침이다. 아무리 좋은 책도 팔리지 않으면 그저 종이에 불과하다. 신문은 야채를 싸거나 계란판으로 재생 가능하지만 일반 책은 그것도 어렵다. 저자 유재철 선생은 도합 6명의 전직 대통령을 염했다고 한다. 이건희 회장과 법정 스님도 유선생이 보내 드렸다. 이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법정 스님의 속명은 박재철로 유재철 선생과 이름이 같다. 이것도 묘한 인연 아니겠는가. 책은 술술 익힌다. 세상은 요지경이라 죽음도 참 가지가지다. 유명인이나 노숙자나 죽으면 똑같다. 나올 때 혼자 왔듯이 갈 때도 혼자 간다. 공수래공수거라고 하면서도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아득바득 욕심 부리며 산다. 지인의 죽은 몸을 봤을 때나 장례식장에서 잠시 경건해질 뿐 돌아..

네줄 冊 2022.04.12

달동네의 강아지

홍제동 개미 마을에 갔다가 외딴집 옆에 묶여있는 개를 발견했다. 처음엔 엄청 짖더니 내가 눈길을 보내자 경계를 풀고 꼬리를 치기 시작한다. 반갑다고 어찌나 설레발을 치는지 쇠줄이 끊어질 지경이다. 개 보면 그냥 지나가지 못하는 성격이라서 잠시 동무를 해줬다. 내 손이 닿자 배를 뒤집으며 까무러친다. 무척 외로웠나 보다. 가려고 하자 더 있다 가라면서 손등을 연신 핥는다. 개 좋아하는 것도 천성이다.

다섯 景 2022.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