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4746

중간에서 만나자는 말 - 강회진

중간에서 만나자는 말 - 강회진 조선시대 시집간 딸은 명절이 오면 어머니와 반보기를 했다지 친정어머니가 반, 시집간 딸이 반 중간에서 짧은 만남 후 아쉬운 이별을 했다는 반보기 세상에서 이토록 간절한 말 중간에서 만나자는 말 내가 반을 가고 당신이 반을 오면 반이라도 만날 수 있는가 우리는 너무 멀리 가거나 혹은 미처 이르지 못해 결국 만나지 못하고 당신과 나의 중간은 어디쯤인가 지도에도 없는 중간에서 만나자는 말 세상에서 이토록 슬픈 말 *시집/ 상냥한 인생은 사라지고/ 현대시학사 고독한 덩어리 - 강회진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은 6000여 개 이곳이 아닌 다는 곳에 가면 더 많은 별들을 볼 수 있을까 그러나 그날 본 그 별들이 내가 본 최초의 별이자 마지막 별이었다는 것을 떠나온 후에야 알게 ..

한줄 詩 2022.09.05

바깥에 대하여 - 황현중

바깥에 대하여 - 황현중 세상의 바깥이 없다면 어떻게 안으로 들어가겠어 꽁꽁 언 손을 엄니가 어떻게 따뜻한 아랫목에 넣어 주겠어 바깥이 없다면 새벽에 오줌 누러 나갔다가 바라보던 달과 별과 여치 울음소리는 어쩌라고 엄니의 품속으로 기어들어 가 더듬던 그 까만 젖꼭지는 어쩌라고 인심 좋은 애비가 어떻게 동네 사람들을 집 안으로 불러들여 신김치에 막걸리 한잔 대접하겠어 바깥이 없다면 고맙다고 누가 인사나 하겠어 잘 가라고 누가 손이나 흔들겠어 세상의 바깥이 없었다면 내가 세상으로 나가 이만큼 사람 노릇이나 했겠어 귀여운 어린애들 머리 한번 쓰다듬을 수 있겠어 어떻게 세상을 어루만지겠어 밖에서 더듬지 않으면 손을 더듬지 않고 입술을 더듬지 않고 서로가 얼싸안지 않으면 그녀를 만나 사랑이나 한번 했겠어 *시집/..

한줄 詩 2022.09.03

마장동 - 신동호

마장동 - 신동호 ​ 마장동에서는 네발로 걸어도 된다 간혹 소처럼 우우 울어도 뭐라 안 한다 소가 흘린 만큼 눈물을 쏟아내도 그저 슬그머니 소주 한병 가져다놓는 곳 죽음을 담아 삶으로 내놓기를 반복해서 달구지 구르듯 고기 굽는 소리 들리는 곳 인생도 굴러가다보면 깨닫는 게 있고 닳고 닳아 삐걱이다보면 기준도 생기는 법 축산물시장의 처녑에선 풀 냄새가 난다 한숨을 주워 담는 아주머니들이 있다 막막한 꿈이 흔들거릴 땐 마장동에 간다 네발로 기다가 끔뻑끔뻑, 울어도 좋을 *시집/ 그림자를 가지러 가야 한다/ 창비 탓 - 신동호 -백석의 자작나무에게 남도에 가닿아 흰밥 한수저에 새우젓 하나 얹어보았는데, 참 맛깔났는데, 우풍 드는 방구석이 그리운 건 순전히 변방에서 자란 탓이다 툇마루를 닦고 또 닦은들 해가 기..

한줄 詩 2022.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