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복 산책 - 조온윤 걸어가야 할 마땅한 이유도 없이 걸어가고 있었다 하염없이 살아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 한가지 대답을 만나고 싶었지 이봐, 우리는 무엇으로 살고자 하는 거지? 깨달음을 얻고 싶었지만 글쎄, 이곳은 보리수 아래가 아니고 이곳은 사과나무 아래가 아니어서 사과가 내 발밑으로 떨어지지도 않았다 허기가 생각을 이길 때 나는 텅 빈 몸을 채우러 외출하고 있을 뿐이었다 거리에는 다만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걸어오는 사람들도 있었고 제 몸을 끊임없이 마르게 하는 것으로 싸움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보리수 대신 천막으로 그늘을 치고 그 아래 가부좌를 틀고 식도까지 탑을 쌓아 올리는 대식가들이 혁혁대며 먼저 수건을 던질 때까지 고작 허기 따위에 지고 싶지 않은 건가? 링 위에 선 깡마른 복서가 갈비뼈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