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게 좋은 거라서 - 이명선 좋은 말을 하고 좋은 것을 찾아다닌다고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별거 아닌 일에 별개의 일이 되기도 하여 내가 누군가에게 좋은 구실이 될 것 같고 내게 휘둘리다 보면 나는 잡혀 온 방향으로 흘러 거울은 표정이 없고 더 살필 것이 없어 초조해지고 오늘의 내가 빛 좋은 개살구처럼 빚 받으러 온 손님처럼 어림없을 것 같다가 좋은 게 좋은 거라서 나도 모르는 나의 죄까지 수긍하게 된다 외탁의 나는 엄마의 허물보다 더 큰 거울을 뒤집어쓰고 있어 우는 것도 자격이 있어야 울 수 있는 세상에서 오늘을 실컷 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생각하다가 넉살 좋게 앉아 정도껏 살자는 말과 부대끼려는 마음 사이를 오가며 내게 척지고 싶지 않아 엄마의 거울을 뒤로 돌려놓았다 *시집/ 다 끝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