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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길 잘했어 - 최진영

누군가는 죽지 못해 살고 누군가는 살기 위해 발버둥친다. 이 영화는 땀이 많이 나는 다한증으로 사회 생활에 지장을 받고 있는 여성의 이야기다. 춘희는 어릴 적 사고를 당해 같은 날 부모님이 돌아가신다. 외할머니 보살핌으로 외삼촌 집에서 사춘기를 보냈다. 외할머니의 따뜻함이 있다 해도 외숙모의 구박과 동갑내기 고종 사촌의 시기 때문에 힘들다. 춘희는 성인이 되어서도 제대로 된 직장을 갖지 못하고 연애도 할 수 없다. 종일 마늘을 까는 알바로 생계를 유지한다. 영화는 춘희의 현재와 어린 시절을 교차하면서 보여준다. 때론 너무나 사실적으로 때론 환타지가 섞인 이야기를 따라 가면서 춘희의 삶을 보여준다. 다소 어두울 수 있는 소재인데도 영화는 밝은 편이다. 결말도 희망적으로 끝난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이 가장 ..

세줄 映 2022.05.15

내 안의 원숭이를 보라 - 송경동

내 안의 원숭이를 보라 - 송경동 스물 초입 세상을 배울 때 꿈 하나는 나이 먹어서도 원숭이는 되지 말자였다 잠깐 민주주의자였다가 잠깐 정의의 편 참된 역사의 편이었다가 왕년의 시시껄렁한 무용담이나 늘어놓고 얕은 재주나 파는 이는 되지 말자 수많은 사람들의 헌신과 희생을 내 것인 양 사유화하고 헐값에 팔아넘기는 사람은 되지 말자였다 그러나 어느 틈에 내 안에도 들어와 사는 큰 원숭이 한마리를 본다 작은 재주에 으쓱하고 쉬지 않고 재롱을 부리며 광대처럼 무대에서 박수만 받고 싶어 하는 원숭이 사회를 검색하는 일보다 자신을 검색하는 일이 더 많고 숨겨진 진실을 캐는 일보다 눈곱만 한 자산을 계량하는 일이 더 많아진 원숭이 자신이 어떤 좁디좁은 철망 속에 다시 갇혔는지도 모른 채 몸집만 커다래진 *시집/ 꿈꾸..

한줄 詩 2022.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