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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환상적으로 헤어졌다 - 김태완

우리는 환상적으로 헤어졌다 - 김태완 손을 잡지 않아도 우리는 이어진다 포옹을 하지 않아도 바짝 다가가지 않아도 우리는 어떻게든 이어진다 너와 내가 한없이 달라도 생명이 없어도 만난 적이 없어도 우리는 이어지고 연결된다 마음이 닿으면 입구도 출구도 없는 빛 고운 방 안에서 영원히 나올 수 없는 환상을 이야기한다 나오지 않고 꿈틀대며 한자리를 지키는 고목으로 언제든지 그립고 향기로운 눈물이 될 수 있다 너와 나는 멀리 있어도 가깝고 가까이 있으면 꿈결 같다 그렇게 이어지고 이어진 모든 것들이 작은 아픔에 마음이 닿은 줄 모르기도 하지만 외면하고 뿌리친 수많은 뒷걸음이야 온전했을까 한번 닿은 마음은 달빛 내린 방 안의 구석구석 별들이 가득했던 순간이 사라지는 이별을 만나더라도 네가 어느 곳 어느 장소에서 무..

한줄 詩 2022.05.17

미안하다 애인아 - 나호열

미안하다 애인아 - 나호열 세월은 거짓말도 용서한다 모질게 도망치듯 너를 보냈는데 때는 눈보라 치는 겨울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다리에서 내게 결별의 찬 손을 내민 것은 너였다고 말한다 다시 어디서든 너를 만날까 두려웠는데 내 눈 안에 너의 얼굴이 담겨 있어 눈물로 씻어내려 했다고 말한다 세월은 자꾸 흘러 거짓말은 거짓말의 진실이 되고 나는 견우 너는 직녀라고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고 있을 때 온몸을 웅크린 채 땅바닥에 내쳐진 돌멩이는 딱딱한 눈물이었다 세월은 주어를 이렇게 바꿔주는 것이다 *시집/ 안부/ 밥북 이름을 부르다 - 나호열 떠나간 사람을 붙잡을 수는 없어도 마음 밖으로 어찌 보낼 수 있으랴 아무도 나를 불러주지 않을 때 나를 호명하면 장항선이 달려오고 바다에 가닿는 언덕 등 뒤로 엄동의 동백 ..

한줄 詩 2022.05.17

지속 가능한 나이듦 - 정희원

노인의학에는 노쇠 지수란 게 있다. 100개의 부속 중에 몇 개가 고장났는지 센 다음 10개가 고장났다면 0.1로 수치화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당연 그 수치는 오른다. 그 속도는 평소 얼마나 건강 관리를 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100 중 50개가 고장 나면 노화지수는 0.5다. 보통 65개가 고장이 나서 노쇠지수가 0.65가 되면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까 우리 몸의 3분의 2가 고장나면 죽게 된다는 뜻이다. 70 살 동갑내기 두 사람이 건강검진에서 발견된 위암 수술을 위해 걸어서 병원에 입원을 했다. 한 사람은 입원해서 다음날 위암 수술을 받고 며칠 만에 퇴원해서 일상생활로 복귀했다. 다른 한 사람은 수술 다음날부터 섬망 증상이 생겨 밤낮이 바뀌기 시작하더니 거의 먹지를 못하고, 수액을..

네줄 冊 2022.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