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정문에서 - 신철규 병원 정문 앞 과일 노점상 붉은 사과가 차곡차곡 쌓여 있다 아담과 이브의 타락 치욕의 공동체 누구나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다 늙음은 몸이 구부러지고 작아진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병원은 절망의 늪이고 누군가에게는 갱생의 회랑이다 겨울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들어간 사람들 자신의 그림자를 보며 걸어나온다 언제부터 절망은 희망보다 더 깊고 짙어졌는가 불안과 원망은 왜 한통속인가 입안이 헐었다 음식에 손이 가지 않았다 당신이 그렇게 뜨겁고 쓰렸던 것도 다 내 안이 헐었기 때문이다 하늘이 헐었다 구름이 따갑다 나보다 내 그림자가 먼저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노점상 앞 걸인은 여전히 엎드려 두 손을 모으고 있다 햇살 한 줌이 고여 환하다 성자처럼 일어나 내 손을 움켜쥘까봐 저 한 줌의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