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수걸이 - 서화성 오래전 일이 되어버렸다 첫날 새벽에 나무껍질 같은 아버지 등을 밀어줄 때 시원하게 빨대를 꽂아 요구르트를 마실 때 집에 가다 파전에 막걸리 한잔할 때 첫날 새벽에 나무뿌리 같은 엄마와 고성행 첫 버스를 탈 때 먼지가 앉은 어깨를 딱딱 말없이 털어줄 때 유난히 어둠에 가린 흰머리가 깜박거릴 때 보따리를 이고 저만치 앞서갈 때 주름진 아버지가 싫어 등을 피나도록 밀은 적이 있었다 그래도 아버지는 아픔을 참는지 어깨를 들썩일 뿐 주름을 밀면 주름이 펴지는 줄 아닌 나이가 지나 조금만조금만 더 했지만 더 이상은 아버지와 목욕탕에 갈 수 없었다 아직은 어둠이 사라지기 전까지 시간이 있었다 고양이 세수를 시키고 길을 놓칠까 봐 내 손을 꽉 잡았다 알 수 없었고 보이지 않았지만 눈앞을 가리는 무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