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추워서 너희를 불렀다 - 하상만

마루안 2022. 6. 21. 22:10

 

 

 

하상만 시인이 새 시집을 냈다. 출판사 걷는사람에서 좋은 시집을 많이 낸다. 여기서 나온 시집은 어느 정도 품질(?)이 보증되기에 한 권도 빼지 않고 들춰본다.

 

그렇다고 모든 시집을 끝까지 읽는 것은 아니다. 몇 쪽 들추다 만 시집이 더 많다. 코드가 맞는 시인은 한 두 편만 읽어도 금방 알 수 있다.

 

그래서 나의 시집 구입 방식은 출판사 평만 믿고 덮어 놓고 사는 것이 아니라 직접 서점에 나가 실물을 보고 산다. 이 시집도 그 중의 하나다.

 

이 책 <추워서 너희를 불렀다>는 하상만의 세 번째 시집이다. 이전의 시집을 읽었으나 그리 눈여겨 보지 않았는데 이번 시집에서 완전 빨려 들었다. 시가 완전 물이 올랐다고 해야 하나?

 

이래서 그 시인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적어도 세 권의 시집을 내 이후라고 생각한다. 하상만 시인은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알고 있다. 이번 시집 약력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지금도 재직 중인지는 모르겠다.

 

어쨌거나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이 군더더기를 많이 덜어낸 시가 많다. 불순물이 가라 앉은 맑은 윗물처럼 정화된 느낌이랄까. 행간에서 읽히는 담백함도 마음에 든다.

 

시인도 나이가 들면서 세상 보는 눈이 깊어졌기 때문일까. 낡고 초라한 풍경을 아름답게 만드는 기술은 아무 시인도 할 수 있다. 그것을 독자의 가슴에 스며들게 하는 것이 시인의 능력이다.

 

이 시인이 그렇다. 담백하면서 울림이 있는 싯구에서 잘 정제된 눈물도 보인다. 이런 시집을 만날 때면 공연히 설레면서 마음이 차분해진다. 인상 깊은 시 한 편으로 마무리한다.

 

 

남은 것을 생각한다 - 하상만

 

 

집에 도둑이 든 날

당신은 살림을 챙겨 보고

마침내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이 이해되지 않아서

뭐가 그렇게 좋은 거냐고

여쭈었다

 

서랍에 넣어 둔 돈은

안 가져갔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이냐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으나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잃어버린 것이 생기면

남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