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가장 좋다 - 손남숙 밤하늘이 한 발자국씩 이동하고 있다 겨울에서 봄이 오고 있다 아득하던 오리온 별자리가 환하게 눈에 들어온다 빛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흘러가고 지구는 돌아가고 우리의 이별은 차고 이지러지는 달처럼 자연스럽다 삼월의 마늘밭은 아침이면 더 푸르게 목을 늘일 것이다 저 계절에서 이 계절로 넘어온 깊은 물결 나의 남루함이 새로운 남루함을 걸친다 해도 따스하게 반겨야 할 얼굴이 있다 매일 달이 조금씩 멀어지고 있듯이 어떤 계절에 걸쳐진 밝음은 어두운 숲의 다른 이름일 수 있다 어쩌면 너의 가장 아름다울 시절이 여기에 나는 지금이 좋다 착하고 명랑하게 매일 눈뜨는 아침이 *시집/ 새는 왜 내 입안에 집을 짓는 걸까/ 걷는사람 들판은 나의 것 - 손남숙 들판을 걸어갈 때면 주인이 누구든 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