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반으로 잘라 사과처럼 먹었다 - 김태완 슬픔은 먹는 것이다 먹먹한 입 안으로 넣어 강물처럼 가슴으로 흘려보내듯 지나온 시간들이 인화된 사진처럼 압축된 순간이 될 때 그리운 기억은 눈으로 먹는 것이다 한 끼 밥이 주는 위안처럼 너를 위로하는 그 순간에도 눈물을 밀어넣는 손길에도 내 눈물이 너를 지키는 것이다 순간의 사실들이 모진 속도에 굴복할 때 곁을 지키는 뜨거운 슬픔을 키워내는 것이다 빈 방, 들어온 달빛 사람의 소리를 먹고 고즈넉하게 누워있는 자리 여백을 깔아놓고 너와 나 사이 아픔의 중력을 가늠하고 있다 이제 나를 꺼내주오, 이제 나를 가둬주오, 매일 문을 두드리는 이 변격의 슬픔, 모진 슬픔보다 더 깊은 슬픔은 둥근 형태인가 가만히 둥근 빛을 바닥에 뉘이고 그 은밀한 속살을 반으로 싹둑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