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계절의 유장한 말씀 - 배정숙 찌그러진 양재기에 보조개가 파인다 양 볼이 살팍해지는 소리 귓볼이 경쾌하고 환승하여 혀끝이 배부르고 환승하여 식도가 따듯하고 다시 환승하여 심장이 환하고 가로등엔 불이 켜진다 목마르게 우러르는 저 은총의 젓가락이 납작 엎드린 밥숟가락위에 포옥 빛의 알을 슬어 얹는다 이런 것 저런 것 퉁 쳐 봐야 한 뼘의 궁리조차 번번이 도막 나 버리지만 그보다 더 기막힌 기사를 덮고 더 깊은 울음 밑으로 순순히 몸을 뉘는 이여 저녁 새참처럼 잠깐 스치는 역광이 재재거리며 지나가고 하루치의 수행을 요약한 빈 소주병이 불콰한 저물녘인데 여전히 자유의 눈알만 붉다 풀썩 어두워지던 밤이 드디어 코앞에서 주저앉는다 그러면 그 때는 필경 맞이할 내일의 이름을 신에게 물으리 턱을 괴고 고민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