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식사 - 김점용 혼자서 주로 밥을 먹는 그는 외로움을 떠벌리는 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건 두고두고 먹는 일용할 양식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뜨거운 김을 내뿜으며 절규하던 밥솥도 그의 집에선 입을 꾹 다문다 입을 다문 채 벽 속으로 들어가 다정한 벽이 된다 김치냉장고도 말을 극도로 아낄 줄 안다 오래된 수박 속에서 그는 웅크린 채 잠을 잔다 다음날 검은 수박씨 같은 말들이 싱크대 위에 흩어진다 외로움의 둘레가 넓어질수록 별은 차갑게 뜬다 베란다에 가지런히 놓인 수저 태양의 누생이 다녀간 흔적들 역력해도 그는 이미 그렇게 되어 있었다고 생각한다 우연이란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연이 아니고는 벗어날 수 없는 갑옷 같은 사방의 벽들이 혓바닥을 내밀어 감옥을 핥는다 그가 식사를 하는 시간이다 *시집/ 나 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