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올 무렵 - 허림 겨울에는 일이 없다고 대처로 막일 하러 간 사람들이 돌아올 때가 되면 강은 근육질의 얼음을 푼다 그 무렵이면 동네 사람들은 산으로 들어 고로쇠수액을 받거나 둠벙에 얼음 깨고 얼음사리 하는데 족대에 걸려든 고기의 눈빛 보고 올 농사 점을 치기도 한다 점이란 어쩌다 맞거나 틀릴 수 있는 일이건만 고기의 눈빛에 어린 점괘를 뽑아 어탕을 끓여 시린 속을 푼다 누구도 알지 못하는 시간 궁금해지는 나이가 되면 점괘가 보고 싶은 것 산그늘에 쌓인 눈이 녹아 덧물 져 밀려가고 삼월 하순 폭설이 하루쯤 발목을 잡는다 해도 봄이 오는 길목 창촌 별다방 정 마담은 노란 치마를 입고 아지랑이 커피를 내릴 것이다 *시집/ 엄마 냄새/ 달아실 신발 - 허림 사랑방 문턱은 내 이마에 난 혹을 기억하겠지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