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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진 - 전영관

회진 - 전영관 그가 오면 아침이 새뜻해진다 막연하게 자신감 생기는 것이다 능숙한 의사같이 쭈그러진 어깨를 펴주고 무릎을 칼날로 세워준다 굴종의 자세로 늘어지는 삼겹살 환멸의 증거로 널브러진 토사물 타협의 지분으로 뒤섞인 찌개 냄새들을 벤젠이라는 항생제로 치료한다 새물내 나는 옷을 곧바로 입는 것보다 어제 입었던 셔츠가 편한 까닭은 나만 편들어주는 체온이 남아서겠지 눈치가 태도로 남아서겠지 환절기에는 병원마다 감기 환자로 줄을 선다 세탁소가 벗어놓은 옷으로 그득한 것은 삶의 자세를 바꾸면 아프다는 뜻이다 품은 맞는데 기장이 짧은 미흡처럼 일상은 무언가의 트집을 무릅쓰는 일이다 물러서는 파도를 따라 잔걸음질치다가 되돌아서는 일이 호기심 때문만은 아니다 보낼 때 확인했는데 배달되면 주머니마다 손 넣어본다 누..

한줄 詩 2021.03.22

대한민국 인구, 소비의 미래 - 전영수

불과 30년 전까지 아이를 낳지 말자는 표어가 있었다. 가족계획이라는 선진적(?)인 삶을 표방하던 시절이었다. 라는 표어에서 으로 바꼈다. 그랬던 나라가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 때문에 비상이다. 아직까지는 인구 감소에 대한 부작용이 피부에 와 닿지 않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먼 훗날 한국이 소멸 국가 맨 앞자리에 놓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이 많은 가정에 각종 불이익을 줬음에도 자식을 줄줄이 낳던 시절이 그립다고 해야 할까. 이렇게 세상은 변했다. 10년 전까지도 한국이 출산율 낮은 것으로 세계 1등을 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이 책은 인구 감소에 따른 한국 사회 현상과 소비 변화를 세세하게 언급하고 있다. 이미 난데없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소비 패턴이 많이 변하기는 했다..

네줄 冊 2021.03.21

잃어버린 끈 - 김태형

잃어버린 끈 - 김태형 말 대신 가만히 손을 내밀던 할머니에게서 끈을 받아왔다 여러 개 가져와서 다 나눠 주고 하나만 남았다 어느 새 그것마저 어느 손목을 따라갔다 거듭 연결되어 그 끝이 없으니 매듭이란 성스러운 것이다 내가 나눠 준 끈은 지금쯤 남아 있을까 그게 영원이라고는 누구도 헤아리지 못해도 내 손목에서 풀려진 끈 하나 무엇엔가 이어져 있을 것이다 허공일지 모른다 저 어느 보이지 않는 암흑대 속의 별일지도 지구가 자전하는 동안 하나뿐인 심장도 북극성을 중심으로 기운다 내 손목에서나 회오리치다가 또 다른 손목으로 건너간 마지막 끈 이전도 이후도 그 사이도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으니 끊어져 잃어버린 끈이 되어서야 허공이 된다 그렇게 또 매듭이 이어지는 것일까 무수한 별들을 하나하나 지워 가던 눈길로 ..

한줄 詩 2021.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