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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진관사-향로봉-사모바위-백운대-보리사

이번 산행은 진관사에서 출발했다. 이른 아침 호젓하기 짝이 없는 진관사 이곳저곳을 잠시 돌아봤다. 아무도 없는 진관사를 혼자 전세낸 날이다. 슬슬 산행을 시작한다. 불과 한 달 전까지 진달래 피었던 길인데 어느덧 연두색 잎들이 달렸다. 만나자 이별부터 생각하는 것인가. 이 싱그러운 연두빛 잎들도 5개월 후쯤이면 단풍물이 들 것이다. 얼마 동안 여기 서 있었을까. 북한산의 소나무는 참 소중하다. 바위 틈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의 생명력에 감탄을 한다. 향로봉이다. 이곳은 오후보다 오전 풍경이 훨씬 아름답다. 저 멀리 족두리봉이 보인다. 비봉을 지나 사모바위에 도착한다. 코로나로 작년부터 바위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망할 놈의 코로나,, 승가봉에서 걸은 길을 돌아보면 멀리 사모바위와 비봉이 보인다. 문수봉은 ..

일곱 步 2021.05.05

사람론 - 김형로

사람론 - 김형로 말씀하셨지 꽃 꺾지 마라 겨울눈 맵찬 바람 삼킨 것이라고 보는 것조차 눈치껏 하라 하셨지 시샘한다고 꽃뿐인가 술도 사랑도 제 몫 다 하면 가야 된다고 눈물로 참으라 하셨지 정해져 있다 해도 꺼내 쓰는 건 사람마음이라고 무엇보다 사람을 아껴 쓰라 하셨지 꽃만큼 귀하다고 뼈 없는 혀로도 꺾인다고 정도 헤프면 독이 된다고 *시집/ 백 년쯤 홀로 눈에 묻혀도 좋고/ 상상인 손님 - 김형로 제 고집대로 살 때는 서운하기도 하고 때론 미워도 곤히 자는 모습 보면 핑- 스치는 생각 그래도 손님 아니냐 아비라고, 그늘이라고, 품이라고 가난한 숲을 찾아온 새 아니냐 다가와 쉬는 게 얼마나 고맙냐 니 아니고 누가 찾아왔더냐 문을 살며시 닫는다 산다는 게 다 내게로 흘러드는 강이더라 길이더라 제게로 이어지..

한줄 詩 2021.05.03

나는 누구인가 - 박영희

나는 누구인가 - 박영희 유년의 토방에서, 혼자 소꿉놀이하다 사금파리 조각에 베이던 순간 방글거리는 햇살과 유일한 장난감에 느꼈던 배신감 아직도 여린 쓰라림이다 사춘기 시절, 맞받아쳐줄 반사 벽이 없어 변변히 반항도 못 해보고 웃자라버린 영악성이 스스로 가여운 내밀한 쓸쓸함이다 빛 눈부신 청춘, 이었노라고 우쭐거릴 수 없는 올라가기 힘든 나무에 사다리도 걸쳐보지 못한 앙금 이따금 신물이 되어 오르내리는 울렁임이다 유치한 채로 사람살이의 진실이 담긴 유행가 가사처럼, 어느 곳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챙겨줄 "살뜰한 당신" 하나 숨겨놓지 못한 숙맥이다 남들보다 잘 달리지 못하고, 이쯤에서 문득 뒤돌아보니 이쪽저쪽 감당해야 할 책임만 잔뜩 걸머진 채 오도 가도 못 하는 노을빛 아득함이다 때때로 일탈을 꿈꾸며 ..

한줄 詩 2021.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