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분석 - 이자규 못난 버드나무만 베어져 둑 아래 던져졌다 십 년 후에나 읽힐 시를 쓰는 밤 돛대도 없이 삿대도 없이 버들잎들은 물 위로 떠났다 밟히면 밟힐수록 피가 도는 근성 목이 없어서 얼굴 밟히는 꽃 민들레 길 밟은 그날부터 내 목에서는 모래가 섞여 나왔다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탱탱한 쓸개를 따오는 야생의 그림자들도 있다 고성능 도시에서 기르던 늙은 고양이가 산으로 가서 돌아오지 않았다 장례식장 옆에 예식장이 새로 들어섰고 두 건물을 방문하는 꽃의 색깔은 서로 달라 생이별과 행복 세트가 나란히 살고 있다 기를 쓰고 길을 내는 사람들의 대도시란 산에서 내려온 멧돼지의 식욕 아닐까 남새밭을 헤적여 모종을 핥아먹고 사라졌다 *시집/ 아득한 바다, 한때/ 학이사 물구나무 - 이자규 두 팔목으로 바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