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4746

얼어 있는 말들을 위한 시간 - 김지명

얼어 있는 말들을 위한 시간 - 김지명 모자랄 게 없어 눈 밖을 몰랐다 초원은 어디든 빈집이었지만 눈에 불을 켰다 끄고 마는 풋풋한 마을이었다 푸르름으로 인심을 얻고 잃었지만 서두르 않는 보행법은 슬픔이 놀다 갈 등걸을 마련하는 것 빈 옆구리로 쏟아져 내릴 추억을 앓고 있는 것 익숙한 밤낮이 잘 숙성되었지만 먹지 않을 풀은 건드리지 않는 약시의 코뿔소 아무도 이상 기온을 말해 주지 않았지만 초원에 이만 년 만에 폭설이 내렸다 한다 폭설은 처음 보는 먼지라서 괘념치 않았지만 차가움의 촉감이 풀 가시처럼 박혔다 한다 몸에 살지 않는 차가움으로 미쳐 날뛰었지만 이웃들 점호하듯 폭설이 짓밟고 갔다 한다 웅크린 이웃이 짧은 다리로 헤쳐 나가려 했지만 야크처럼 털이 없어 추위를 내치지 못했다 한다 추위는 정지된 세..

한줄 詩 2021.08.22

장미 찾아오시는 길 - 이은심

장미 찾아오시는 길 - 이은심 재건축반대 현수막이 장마에 지워지는 쪽문 근처입니다 잔가지를 치려다 서로의 목을 칠까 가시를 안아주는 곳입니다 붉음의 머리맡을 넘어가면 누가 죽는다는데 방금이 작아지면서 철조망을 넘어갔습니다 그런다 해도 장미는 또 장미 잘 놀던 꽃망울이 무더기무더기 감염되면 아무도 심지 않은 눈꺼풀이 초대될 차례입니다 꺾어야 꽃인 걸 붉다고 다 마음이 아닌 걸 무얼까 넝쿨 다음 불어닥치는 이것은 첫 화장을 시작하는 눈시울은 피고 지고 뜨거웠고 일정대로 후줄근했고 자그마한 채소와 하얀 뿌리와 일요일 같은 꽃그늘을 버스 두 대가 나란히 달리는 이쪽과 저쪽 세상을 건드린 건 가시가 먼저였습니다 담장과 담장의 간격이 속은 것처럼 붉다고 말했던가요 욱신거리고 후끈거리느냐고 물었던가요 천박이 없어서 ..

한줄 詩 2021.08.22

마이클 잭슨을 아시나요

흔히 한 분야에 독보적 재능을 발휘하는 사람에게 황제라는 호칭을 붙인다. 축구 황제 펠레,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등이다. 내 어릴 적 마이클 잭슨은 정말 황제라는 말이 딱 어울렸다. 나는 별로 좋은 줄 모르겠는데 이미 친구들 사이에서 마이클 잭슨은 우상이었다. 워크맨이라는 휴대용 카세트에 테입이 늘어지도록 잭슨의 노래를 듣는 친구도 있었다. 천성이 빠른 곡을 좋아하지 않은 나도 당시의 잭슨 광풍을 피할 수 없었다. 마이클 잭슨이 죽은 후였을 것이다. 어쩌다 잭슨에 관한 얘기가 나왔는데 젊은 직원이 그랬다. "마이클 잭슨이 흑인이었어요?" 내 조카 뻘 청년처럼 마이클 잭슨이 흑인인 줄 모르는 사람이 있다. 흑인, 백인 구별하자는 것이 아니다. 잭슨에 대한 나의 관심은 그가 벗어나..

열줄 哀 2021.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