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 있는 말들을 위한 시간 - 김지명 모자랄 게 없어 눈 밖을 몰랐다 초원은 어디든 빈집이었지만 눈에 불을 켰다 끄고 마는 풋풋한 마을이었다 푸르름으로 인심을 얻고 잃었지만 서두르 않는 보행법은 슬픔이 놀다 갈 등걸을 마련하는 것 빈 옆구리로 쏟아져 내릴 추억을 앓고 있는 것 익숙한 밤낮이 잘 숙성되었지만 먹지 않을 풀은 건드리지 않는 약시의 코뿔소 아무도 이상 기온을 말해 주지 않았지만 초원에 이만 년 만에 폭설이 내렸다 한다 폭설은 처음 보는 먼지라서 괘념치 않았지만 차가움의 촉감이 풀 가시처럼 박혔다 한다 몸에 살지 않는 차가움으로 미쳐 날뛰었지만 이웃들 점호하듯 폭설이 짓밟고 갔다 한다 웅크린 이웃이 짧은 다리로 헤쳐 나가려 했지만 야크처럼 털이 없어 추위를 내치지 못했다 한다 추위는 정지된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