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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나는 숨이 그립다 - 황중하

여전히 나는 숨이 그립다 - 황중하 깜박이던 불빛이 사라지고 조금씩 나도 소멸되어 가고 있음을 느낀다 어느덧 나는 너무 많은 젊음을 소모해 버렸다 비닐에 포장된 채로 꽃잎이 시들어가고 있다 숨 한번 크게 쉬어보지 못한 채 꽃은 벌써 말라가고 있다 그렇게 이번 나의 생도 마무리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어제와 같은 태양 속을 내일은 다시 건널 수 없을 것이다 시간은 아카시아 향기를 남긴 채 사라지고 나는 향기로운 죽음의 냄새를 음미한다 누구의 손도 잡지 않는다 상처가 두려우므로 상처가 두렵지 않으므로 죽어가고 있음을 매번 확인하는 것이다 다만 이번 생을 퇴고하기 전 내가 할 일은 나를 애워싼 비닐 포장을 벗고 숨 한번 크게 쉬어보는 일 죽음을 향해 달려가면서도 여전히 나는 숨이 그립다 *시집/ 아직 나는 당신..

한줄 詩 2021.08.27

가족에게 연락은 하지 말아주세요

[2021 무연고사 리포트]'가족에게 연락은 하지 말아주세요' [아시아경제 특별취재팀=고형광 팀장, 유병돈 기자, 정동훈 기자, 이정윤 기자] ‘가족에게 연락은 하지 말아 주세요.’ 서울에 거주하는 이숙자(74·여·가명)씨는 스스로를 잠재적 무연고자라고 news.v.daum.net # 우연히 이런 기사가 눈에 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더니 내가 딱 그짝이다. 가족과의 불화가 심했던 콩가루 집안이기에 이런 기사가 더욱 눈에 들어올 것이다. 사연 없는 사람 없다지만 세상엔 참 기 막힌 사연이 많다. 누군가는 오죽하면 이랬을까 공감을 하거나, 또 누군가는 그래도 가족인데 하면서 혀를 끌끌 차기도 할 것이다. 나는 오죽하면 그랬을까다. 자기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여겼던 일이 불쑥 생기는 것이 인생사다...

열줄 哀 2021.08.27

신빙과 결속 - 서윤후

신빙과 결속 - 서윤후 싸움이 끝난 뒤 깨진 화병은 누가 치우나 남겨진 사람은 조심성 없이 쓸어 담고 집 잃은 새를 보듬듯 꽃을 주워다 종량제 봉투 앞에 서게 될 때 그렇게 향기가 스민 어둠은 왜 밤새 사라지지 않고 기나긴 복도를 생각하면 열려 있던 문들이 하나둘 닫히기 시작한다 잠들기 위해 눈감으면 비로소 눈뜨는 화병에 베인 손날의 붉은 눈 유월의 신호위반 딱지가 팔월에 날아온다 빙빙 돌려서 하게 되는 말은 멈춰야만 알 수 있는 팽이의 표정 같아 어둠이 붙잡아둔 빛과의 일화 바깥은 어떻게 어두워지기 시작했는지 잠시 멈춰 서면 보이는 것이 있고 휘몰아쳐서 뒤섞인 모든 풍경이 검정으로 갈 때 나는 섞이지 못한 색깔처럼 분명해지고 나를 바라보는 종려나무 한 그루가 물 한 번 준 적 없는 내게 눈동자 위로 흐..

한줄 詩 2021.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