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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 눕는 산 - 태백산맥 OST

#태백산맥은 내가 좋아하는 영화 목록에 올라 있는 작품이다. 책으로 영화로 모두 감동적이었다. 아주 오래전 기억이지만 그 감동의 여운은 지금도 아련하게 남아 있다. 서편제와 함께 김수철이 만든 영화음악도 일품이다. 가수가 아닌 작곡가로 거의 정점에 있을 때 작품이다. 음악도 영화도 그대로인데 나만 훌쩍 그 시절을 벗어나 회상하는 나이가 되었다. 그래도 살아 있어 고맙고 다행이다.

두줄 音 2021.08.27

무릎의 인력 - 고태관

무릎의 인력 - 고태관 마주 놓인 의자 사이가 좁다 닿지 않으려고 허리를 세워 앉는데 눈이 마주치고 기차도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기울어지는 거 알아요 터널 속에서 말을 건네 온다 분명히 아는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점점 흐려질 거예요 달리는 시간만큼 멈춰야 도착할 수 있어요 내리는 사람도 타는 승객도 없는 간이역 차창 밖 안개가 터널 입구처럼 멎어 있다 스르르 감긴 눈이 출구 없는 잠결 속으로 달려갔다가 차창 턱에 기댄 팔의 각도가 허물어지는 순간 눈꺼풀까지 따라온 어둠이 마른 입술에 묻어나곤 했다 곧 종착역이에요 앞질러 갈 열차를 먼저 보내느라 서행하는 것도 오래 들이마신 숨을 서서히 내쉬는 일 캄캄한 동굴을 헤쳐 나오느라 연착된 몇 분 정도는 터널을 벗느라 지불한 빈틈인 거죠 가볍게 부딪혀 오는 무릎 정..

한줄 詩 2021.08.27

미장센 - 윤의섭

미장센 - 윤의섭 꿈속에선 공원 벤치에 앉은 아이의 뒷머리가 있었다 꿈에서 벌어진 사건과는 아무 상관없는 아이였는데 왜 거기 앉아있었을까 허름한 골목 폐타이어 화분에 핀 채송화를 슬쩍 스쳐가는 바람은 불어야만 했던 것이다 단역배우처럼 서툰 벽화는 꼭 서툴러야 했고 담장 위를 걷던 고양이에겐 기억나지도 않을 오후겠지만 그래서 살 수 있는 것이다 잊을 수 있다는 기적으로 밥이 넘어가는 것이다 그토록 사소한 종말들 악몽을 꿨는데 아이의 뒷머리가 또 놓여있었다 채송화는 시들어 죽었고 그 곁으로 바람은 여전히 불어야만 했다 산 너머에선 천둥치며 비구름이 몰려오고 나는 얼마나 잠깐 화창했던 생물이었던 걸까 비가 오기까지 나는 벤치에 앉아 있다 *시집/ 내가 다가가도 너는 켜지지 않았다/ 현대시학사 음력 - 윤의섭 ..

한줄 詩 2021.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