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그때 - 이기영 안심이 되었다 내게 닿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일수록 자꾸 미움에 가닿았다 슬프지 않은데 슬픈 귀 같은 것이 뾰족하게 자라났다 지문이 하나씩 사라져서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지 못하는 날이 있었다 방황이 습관이 되어 돌아가지 못하는 날이 있었다 불쑥, 이라는 말은 어찌나 황홀한지 고흐가 제 귀를 잘라 버렸을 때 그걸 종이에 둘둘 말아 여자에게 건넸을 때 그리고 붕대를 감싼 자화상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야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았을 때 더 이상 슬픔은 자라지 않을 것이라 안심하며 돌아서는 걸 이해할 수 있었다 잠가야 하는 것들과 잠기지 않은 것들이 일제히 쏟아졌다 *시집/ 나는 어제처럼 말하고 너는 내일처럼 묻지/ 걷는사람 지나가는 행인 - 이기영 그때 이상한 오후를 지나가는 중이었어 깎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