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정동에서 누군가를 만난 적 있다 - 전장석
합정동에서 누군가를 만난 적 있다 - 전장석 합정동의 기억은 머물수록 목이 마르다 우기에 편식하던 슬픔이 깊은 우물로 괸 흔적이 있다 갈증 난 길들 마중 나가면 곧 사라지고 꿈속에선 누운 자리마다 물이 스며들어 젖은 이불 한나절씩 말리곤 했지 합정동에서 다시 너를 만나자고 한 건 아주 오래전 그 우물의 흔적을 기억하기 위함 물이끼 서늘한 둘레를 퍼올리기 위함 두레박을 다시 내리면 기장 깊고 웅숭한 울림이 한 됫박의 물이어서 어디든 찰랑이며 흘러넘치곤 했지만 조개우물에서 피를 씻어냈다는 후일담에 잠 밖으로 잠은 자주 나와 있고 정류장에 길게 늘어진 그림자들은 양화진 물살에 잘린 목이 오래 가렵다 허공에 대롱대롱 매단 잠두봉에서 두레박을 던져 핏빛 노을을 건져 올린다 *시집/ 서울, 딜큐사/ 상상인 수색역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