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 김백형 반백이라고 하면 머리가 하얗게 센 듯하다 오십이라고 하니 반토막 같다 다시, 반세기! 하고 되뇌어 보니 나도 역사의 한 페이지 같다가 쉰이라고 하니까 쉰내가 난다 지천명은 무슨, 하늘의 뜻을 알 리 있겠는가 나도 모르는데 나는 나를 가두어 온 나이테였다 간신히 뿌리 내렸고 갈 길 몰라 가지에 가지를 쳤고 궤변만 무성한 잎으로 피어내다 낯 붉히며 지고 말았다 몇 번의 대통령을 뽑았고 몇 번의 붕괴에도 용케 살았지만 비명에 먼저 간 형제들 있어 울음은 기억만 남기고 증발해 버렸다 그러나 여직 오십을 돌보는 일흔여섯이 그늘도 없는 텃밭에 쪼그려 앉아 열무 솎아내고 있으니 눈꼬리가 습해 온다 나는 나를 결심하지 않기로 한다 *시집/ 귤/ 걷는사람 똥살개 - 김백형 육성회비도 못 낸 놈이 뒤가 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