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4746

살다 보면 살아진다 - 박상천

살다 보면 살아진다 - 박상천 '살다 보면'이라는 노래가 있다. "그저 살다 보면 살아진다." "그저 살다 보면 살아진다." 당신이 세상을 떠난 후 나는, 차를 몰고 가다가 길가에 세우고 한참을 울던 시간도 있었지만 살다 보니 살아졌다. 밥을 먹다가도 갑자기 울컥하며 목이 메어 한참을 멍하니 있는 때도 많았지만 살다 보니 살아졌다. 터벅거리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 시간도 많아졌지만 살다 보니 살아졌다. 피어나는 꽃들조차 그렇게 싫더니만 살다 보니 살아졌다. 거지 같다 정말 거지 같다, 내가 살아가는 시간들에 대해 속으로 욕을 하며 살았지만 그 시간들도 그렇게 지나가고 살다 보니 살아졌다. 그저 살다 보면 살아진다. *시집/ 그녀를 그리다/ 나무발전소 전화 - 박상천 아침이면 전화기를 들여다보며, 그녀의 ..

한줄 詩 2022.08.17

남자들의 방 - 황유나

출판사 오월의 봄에서 좋은 책을 냈다. 이라는 이색적인 제목을 달고 나온 문제작이다. 누구도 건들고 싶지 않은 남자들의 유흥 세계를 적나라하게 파헤쳤다. ​ 예전에 뉴스에 오르내렸던 버닝썬과 아레나에서 어떻게 남자들만의 세계가 펼쳐지는지도 세세하게 알려준다. 유흥업소를 인문학적으로 접근했다고 할까. ​ 사람이 밥만을 먹고 살 수 없어서인지 한국의 유흥업소는 코로나가 창궐하는 중에도 늘 성업 중이었다. 그런 곳이 코로나 감염의 온상이 되어 뉴스에 나오기도 했듯이 말이다. ​ 유명한 클럽일수록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말 그대로 돈이 될 만한 남자가 아니면 입장이 거부된다. 돈만 있다고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물을 흐리지 않을 사람이어야 한다. ​ 여자를 공짜로 입장시키는 것도 어장관리 차원이다. 남..

네줄 冊 2022.08.17

꽃 피던 자리 - 고원정

꽃 피던 자리 - 고원정 온 세상이 속았던 큰 거짓말이 끝난 것처럼 봄꽃들 진 길을 걸어간다 봄이야 또 오고 꽃도 다시 피겠지만 그날 맺혀있던 꼭 그 자리 그 꽃 같지는 않을 것이다 당신과 나도 지난봄의 그 사람은 아닐 것이다. *시집/ 조용한 나의 인생/ 파람북 낙화 - 고원정 한 잎 작은 꽃이 지는 소리 그리도 커서 먼 별까지도 가는 모양이지만 뚝뚝 따라서 떨어지는 그런 별들도 있다지만 때로는 그 별들의 비가 내린다지만 봄이 다 가도록 손가락 꼽아가며 마지막 하나까지 지켜보았던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끝내 나만 모르는 것일까? 다시 돌아올 꽃철들도 이제 많이는 남지 않았다. # 고원정 작가는 제주 출생으로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중앙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으로 문단에 나왔다. 여러 소설집을 냈다..

한줄 詩 2022.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