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성이 사라진 섬 - 이정희 서울역, 폐선 한 척 소주병에 묶여 있다 부력을 놓치고 기우뚱 균형을 잃어 허겁지겁 말뚝에 매어졌다 섬과 섬 사이 잔잔한 수면에 햇살이 앉았다 가고 말라가는 바다의 기억이 폐유처럼 캄캄하다 밤마다 높아지는 문턱들, 동전 몇 개 흩어져 있다 닻을 내리고 꼼짝 않고 누웠는데 익숙한 파도 소리가 쟁쟁하다 방죽 긴 의자에 악몽의 냄새가 뿌리내린다 고집스레 돌아갈 바다만 기다리고 있는데 자꾸만 발을 묶는 것들 따뜻한 거실과 된장 냄새나는 식탁이 그립다 종아리 시린 바닷바람에 몸을 움츠린다 바닷새는 종종걸음 치며 섬으로 돌아간다 거친 물살 맞으며 두려움 없이 많은 해협을 향해했는데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물결이 폐선을 흔든다 앰뷸런스 붉은빛이 빠르게 돌아간다 노숙의 섬이 가라앉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