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막다른 골목에서 - 류흔 열이 오른다, 봄이 오는 게지 막다른 곳은 언제나 골목이다 화가 난 개에게 쫓겨 그곳으로 달리다가 문득 생각났다 나는 열이 오르고 개는 지난계절에 갇혀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급진적으로 권태가 왔다 무엇을 해야 하나 저 혐오스러운 개 대신 졸음이 나를 안락사시킬 것 같았다 안락안락 눈꺼풀이 덮치기 전에 서가에 꽂힌 세계문학을 일별했다 개츠비는 여전히 위대했고 앨리스와 함께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가 세 가지 질문을 했으며 베르테르는 늙어서도 슬펐다 자기만의 방에서 나오지 않는 버지니아 울프처럼 나는 골목에서 탈출하지 못한다 저놈의 개! 동물농장을 읽었는지 지나치게 술을 마시지 않는 개 부릅뜬 채 졸음을 감시하는 개 열이 오른다, 역시 봄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