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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막다른 골목에서 - 류흔

봄의 막다른 골목에서 - 류흔 열이 오른다, 봄이 오는 게지 막다른 곳은 언제나 골목이다 화가 난 개에게 쫓겨 그곳으로 달리다가 문득 생각났다 나는 열이 오르고 개는 지난계절에 갇혀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급진적으로 권태가 왔다 무엇을 해야 하나 저 혐오스러운 개 대신 졸음이 나를 안락사시킬 것 같았다 안락안락 눈꺼풀이 덮치기 전에 서가에 꽂힌 세계문학을 일별했다 개츠비는 여전히 위대했고 앨리스와 함께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가 세 가지 질문을 했으며 베르테르는 늙어서도 슬펐다 자기만의 방에서 나오지 않는 버지니아 울프처럼 나는 골목에서 탈출하지 못한다 저놈의 개! 동물농장을 읽었는지 지나치게 술을 마시지 않는 개 부릅뜬 채 졸음을 감시하는 개 열이 오른다, 역시 봄이 ..

한줄 詩 2022.03.03

마스크 시대의 성선설 - 전대호

마스크 시대의 성선설 - 전대호 우리는 가려진 부분을 좋게 짐작한다. 적어도 그는, 확실히 그렇다. 마스크 사용이 일상화한 이래로 새삼 깨달은 성선설이라고 하겠는데, 지하철에서 건너편 여자를 무심한 척 주시하며 좋은 기대를 부풀리다가 화들짝 실망하는 경험이 하루에도 여러 번. 어디 마스크 너머 얼굴뿐이랴, 어쩌면 우린 드러난 것보다 가려진 것에서 살아갈 힘을 길어 올리는지도 몰라. 그러므로 세상의 모든 가려진 것들아, 너희가 그를 아무리 배신한다 하여도, 선한 그는 너희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시집/ 지천명의 시간/ 글방과책방 마흔 아홉 - 전대호 1. 굳이 마음먹지 않아도 천문 관찰이 가능하려면 삶이 대단히 단조로워야 한다. 동지를 며칠 앞둔 아침 베란다 블라인드를 젖히다가, 달이 어제보..

한줄 詩 2022.03.03

불로소득 환수형 부동산체제론 - 남기업

흔히 한국을 아파트 공화국이라고 한다. 점점 그 말이 맞아 가고 있다. 전 가구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산다. 점점 그 비중은 높아질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가장 뜨거운 것이 부동산 정책이다. 그만큼 유권자들의 주관심사다. 이 책은 남기업 선생의 부동산 공화국 탈출기다. 어차피 앞으로도 아파트라는 부동산이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이슈에서 벗어날 일은 없겠기에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아파트에 관심 끄고 살기는 힘들다. 저자의 주장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공감을 한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실책도 부동산 정책이다. 이번 대선도 이 불만을 얼마나 다독일 수 있는 공약이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다. 내 의견보다 공감이 가는 책 일부를 밑에 옮기는 것으로 대신한다. 2019년 56.3%가 주택..

네줄 冊 2022.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