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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의 쾌락 - 우대식

불면의 쾌락 - 우대식 불면은 내가 나를 베고 잠든 시간 불면은 잠든 나를 쳐다보는 나 잠, 늪으로 한없이 걸어야 하는 수행 무언가 나를 절간의 목어처럼 두드리고 있다 잠과 비(非) 잠 사이를 오가는 리듬 소리 소속 불허, 구걸로 점철된 몽환의 떠돌이로 하얀 바다에 이른다 더러 외할머니 같은 반가운 사람을 만나 화투를 치며 낄낄대다 지낼 만하시냐고 묻다가 화면이 꺼지면 할머니하고 소리를 치다가 또다시 어두운 길을 걷는다 밤이여 어둠이여 짝사랑이여 문득 나는 꺼지지 않는 불의 신도였나 생각한다 사막의 제단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불의 잔을 모래밭으로 집어던진다 모래 유전(油田)으로 불은 번져가고 신(神)도 잃고 잠도 잃고 모든 것을 벗어버리고 차라리 죄인으로 벌을 받아야지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고향의 수양버들 ..

한줄 詩 2022.03.02

대통령 선거를 코 앞에 두고

일찌감치 찍을 후보를 정한 마당에도 이런 공약을 보면 잠시 멈추게 된다. 이전 경험에 의하면 후보들의 공약은 空約이기 한 것, 이 공약 또한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싶다. 후보를 비방할 생각은 없다. 다만 내가 워낙 뜬구름 잡는 소리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내 언어에 웬만해선 들어가지 않는 단어가 있다. 절대로, 추호도, 진실로, 이런 단어는 내 언어에서 금기어다. 평소 언어를 아끼고 정제를 하면 이런 단어 쓰지 않아도 진정성이 전달된다. 나는 버킷리스트도 하나씩 늘려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씩 지워간다. 요행을 바라지 않는 것이야 말로 마음을 닦는 일이다. 헛된 욕망이나 희망은 포기하는 것이 좋다. 포기해 보면 안다. 유독 요즘 드는 생각이다.

열줄 哀 2022.03.01

식스맨은 중독성이 강하다 - 서화성

식스맨은 중독성이 강하다 - 서화성 그 거리를 지나간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거리에서 이방인들의 야유와 웃음소리에서, 그렇게 구인광고는 직설적이다 체중감량에 성공해야 한다, 는 그 몸은 낙타구멍을 찾는 광고에 부적합하며 다이어트는 고소하고 달콤한 유혹에서 존재한다고 말한다. 인생의 담보는 한창 때가 매력적이지, 그렇지. 맞아, 우리는 영원한 식스맨이야 주어진 시간보다 더 오랜 시간을 뛴다는 그는, 공간을 초월하지만 어느 곳에서 어느 누구에게 치명타를 날려야 할지, 제한된 시간에서 투입된다 한 시즌에 최고의 식스맨으로 뽑혔다면 후보 중에서 후보인 셈이지 그나마 다행이지. 그런데 말이야, 한 계단씩 올라설 때마다 적체야 언제 퇴물이 되어 바람에 휙 사라질지 공원 벤치에 홀로 앉아 그렇게 살아가게 될지, 그때까..

한줄 詩 2022.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