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산 노을 - 김보일
칠산 앞바다에 늙은 살구나무가 꽃을 피우고
법성포 구수산에 철쭉이 질 때면
조기떼들이 오수처럼 몰려오는 시간
늙은 살구나무와 철쭉의 시간이
몸 풀러 친정으로 돌아오겠다던
조기들의 약속과
어김없이 한 몸이 되는 봄날
간다는 기별도 없이
누가 울다 갔는지
칠산 앞바다
일곱 개의 눈시울이
하나로 붉었다
*시집/ 살구나무 빵집/ 문학과행동
와유산수(臥遊山水) - 김보일
불갑산이라 했다
잎 진 자리 꽃 피어
잎과 꽃이 만나지 못한다는
상사화를 품고 있다는 산
그 산에 있다는 불갑사
해불암의 낙조도
상사화의 입술처럼 붉다고 했다
책상물림하랴, 술상물림하랴
푸른 이파리의 호우시절
다 떼어버리고
눈 침침해지고, 몸 어둑해서야
투구봉 너머
장군봉 너머
해불암의 낙조를 보고 싶다는
마음이 깃발처럼 붉다
상사화야
너는 너의 입술로
마음과 몸의 이런 어긋남을
전하고 싶었던 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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