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칠산 노을 - 김보일

마루안 2021. 5. 16. 19:28

 

 

칠산 노을 - 김보일

 

 

칠산 앞바다에 늙은 살구나무가 꽃을 피우고

법성포 구수산에 철쭉이 질 때면

조기떼들이 오수처럼 몰려오는 시간

 

늙은 살구나무와 철쭉의 시간이

몸 풀러 친정으로 돌아오겠다던

조기들의 약속과

어김없이 한 몸이 되는 봄날

 

간다는 기별도 없이

누가 울다 갔는지

칠산 앞바다

일곱 개의 눈시울이

하나로 붉었다

 

 

*시집/ 살구나무 빵집/ 문학과행동

 

 

 

 

 

 

와유산수(臥遊山水) - 김보일

 

 

불갑산이라 했다

잎 진 자리 꽃 피어

잎과 꽃이 만나지 못한다는

상사화를 품고 있다는 산

 

그 산에 있다는 불갑사

해불암의 낙조도

상사화의 입술처럼 붉다고 했다

 

책상물림하랴, 술상물림하랴

푸른 이파리의 호우시절

다 떼어버리고

눈 침침해지고, 몸 어둑해서야

투구봉 너머

장군봉 너머

해불암의 낙조를 보고 싶다는

마음이 깃발처럼 붉다

 

상사화야

너는 너의 입술로

마음과 몸의 이런 어긋남을

전하고 싶었던 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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